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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올해 임원으로 승진한 40대 직장인입니다. 다들 칭찬해 주지만 저의 능력이 아니라 구색을 갖추기 위해 여성인 저를 뽑아 줬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남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 같고, 곧 실력이 드러날까 봐 두렵습니다. 돌아보면 천재 소리를 들었던 언니에 비하면 저는 참 평범했습니다. 다행히 큰 시험마다 운이 잘 따라줘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제는 정말 운이 안 통할 것 같습니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이따금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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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왜 나를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지’ 성찰의 기회로 삼으세요

세상에는 자신을 어떻게든 부풀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자꾸 깎아내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얼핏 보면 무척 겸손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는 겸손함이 아니라 자기비하입니다. 이들은 기회를 피하려고 합니다. 부족한 진짜 모습이 드러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입니다.

사연을 주신 분 역시 자신의 능력에 비해 과분한 자리에 앉아있다고 느끼는 것 같네요. 주위를 보면 능력이나 자격을 갖췄음에도 그러한 능력이나 자격이 진짜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심리적 장애를 ‘사기꾼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자신만큼 자기를 잘 아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자신의 존재나 역할에 대한 생각이나 믿음을 ‘자아상(self-image)’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일차적으로 유아·아동기에 만들어집니다. 이 ‘일차적 자아상’은 스스로 생각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봐 주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쉽게 말해 사랑과 인정을 받으면 긍정적 자아상을 갖게 되고, 거절이나 무관심을 받으면 부정적 자아상이 만들어지기 쉽습니다.

천재 소리를 들었던 언니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모의 관심과 기대를 받지 못했을까요? 사연을 주신 분의 마음속에는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믿음이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건강한 자아상은 변화합니다. 어른이 되면서 자신을 객관적이고 입체적으로 보게 되고, 경험에 따라 새롭게 재구성됩니다. 그러나 ‘사기꾼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어른이 돼서도 일차적 자아상에 갇혀 자기비하 속에 살아갑니다.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으셨는지요? ‘나는 왜 늘 나를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봅시다.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이 생각은 과연 어디에서 왔을까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나왔을까요? 스스로 고민해서 내린 결론인가요? 스스로 질문하고 또 질문해야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릴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정말 부족한가?’ ‘나는 왜 나를 이렇게 느끼는가?’라고 되물어야 합니다. 그 누구도 그 답을 대신 해줄 수 없습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