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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70년’ 국제세미나 준비하는 라 교수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는 6·25전쟁 정전 70주년인 올해를 맞아 일반인의 관점에서 본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 비극인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 워싱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 공원에 가면 일반 병사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며 “영국의 1차 대전을 기념해 세운 동상인 ‘새벽의 소년’은 탈영했다가 사형당한 소년 병사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했다. 이 소년은 호기심에 전쟁에 나갔다가 첫 포격전에 충격을 받고 탈영했다. 전시 적전 탈영은 사형이다. 두 손이 뒤로 묶이고 눈이 가려진 채 사형대에 서 있는 모습이다. 그는 “우리도 이런 데 마음을 쓰면서 과거를 직시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전쟁의 한 면은 사실 일반 병사들의 전쟁’이라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존 스타인벡의 말도 함께 소개했다.

라 교수는 유년시절 6·25전쟁을 직접 경험했다. 그는 인민군 치하에서 3개월을 살았다. 그러한 경험을 토대로 일반인의 관점에서 본 전쟁에 대한 소설 ‘낙동강’(2010년)을 썼다. 소설 낙동강에는 ‘생면부지 사람들(인민군)에게서 교육이라는 것도 받아야 했다. 실제 라 교수는 지금도 북한 공산당 구호나 인민군 군가를 흥얼거릴 수 있다고 했다. 소설 속 전쟁은 일상적이면서도 비극적이다. 일단 비행기 소리가 들리면 군인들이 총을 멘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니 지게부터 벗어 던지라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마을 농부들, 깜깜한 밤 사라진 적군을 찾아 폭격을 퍼부었는데 폭격을 당한 집이 그날 밤 세상에 갓 태어난 신생아와 산고를 막 끝낸 뒤 아기를 품에 안은 산모가 살고 있던 집이었다는 이야기도 소개한다. 전쟁의 참상 속에서 사람들은 고통에 무덤덤해진다. 산모와 신생아가 있던 집이 잿더미로 변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라 교수는 오랫동안 잊지 못하고 악몽을 꾸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폭격을 피해 살아남은 병사들은 무용담처럼 당일 사건을 이야기하곤 했고, 전쟁에 지친 마을 사람들도 산모와 아기가 안됐다거나 하는 말은 내뱉지 않았다.

라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설 낙동강을 소개하며 “여태까지의 전쟁사는 장군들의 이야기만 다뤘는데, 장군들은 부상도 당하지 않고 전사도 거의 하지 않는다”며 “일반 병사들은 나중에 훈장이나 하나씩 받지만, 가장 전장 가까이서 실제 전쟁을 치르면서 오늘 저녁은 어떤 음식이 나올지, 고향에 두고 온 애인은 잘 지내고 있을지 그리워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과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한국전쟁연구회가 정전 70주년을 맞아 공동으로 주최하는 국제세미나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일반 병사와 일반인들의 전쟁’을 주제의 하나로 정했다. 참전했던 중공군 병사, 북한 주민이나 인민군 병사, 유엔군 병사 등 이른바 ‘전쟁사’의 변두리에 서 있었던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전쟁의 비극에 대해서 전하고자 한다. 당초 오는 7월 용산전쟁기념관에서 예정돼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일정이 확정되지 못한 상태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