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게티이미지뱅크

- 집콕족까지 괴롭히는 봄철 알레르기성 비염

환기 잘 안하면 ‘재채기’ 심해져
증상 방치땐 수면중 호흡장애도

비강내 스테로이드제 복용하고
면역치료는 3~5년간 지속해야

봄기운이 완연한 5월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이를 즐기지 못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계속 길어지고 있다. 봄철이면 으레 흩날리는 꽃가루 등으로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재채기가 심해질 것으로 생각하는데, 특별히 나들이하지도 않았는데 코가 계속 막히고 눈이 가려운 사람들이 있다. 새로운 알레르기가 생긴 게 아닐까 싶을 수 있지만, 범인은 가까운 곳에 있을 확률이 높다. 바로 지금 당신이 코로나19 탓에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무는 공간, ‘집’이다.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 이상은 집먼지진드기에 대해 알레르기 면역반응을 나타낸다. 권 교수는 “물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 중 일부만 실제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나타내지만, 집먼지진드기가 비염의 가장 흔한 원인임은 사실”이라며 “집먼지진드기 알레르기가 있으면 1년 내내 비염이 있고, 특히 장마철이나 겨울에 심해진다”고 말했다. 습기가 높은 장마철이나 감기가 잘 걸리고 환기를 잘 시키지 않는 겨울에 증상이 더 나빠지는 탓이다. 요즘처럼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가운데, 환기를 잘 하지 않는다면 봄철임에도 코가 막히는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맑은 콧물, 재채기, 코막힘, 코 가려움증 등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경우에 의심해볼 수 있다. 흔히 눈 가려움, 충혈 등 눈 증상이 양측성으로 동반된다. 콧대에서 가까운 쪽의 눈 부위, 즉 코 바로 옆의 눈 안쪽이 특히 가렵다. 이러한 증상들이 특정 계절에만 반복해서 나타나거나 특정 물질이나 환경에 노출될 때 여지없이 나타난다면 더 강력히 의심해 볼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으로 눈이 가려운 이유는 코의 염증 탓인데 이때 눈이 가렵다고 해서 알레르기성 결막염으로 생각하고 안약만 넣는다면 절대 가려움증이 해결되지 않는다.

알레르기 비염을 방치하면 숙면을 못 하고 매우 얕게 수면하는 상태(미세각성)가 일반인의 10∼50배로 증가한다. 또한 수면 중 호흡장애까지 동반돼 코골이, 수면무호흡증의 위험이 매우 높다. 이러한 결과로 만성피로, 우울증 및 불안 등 정서장애가 동반될 수 있고 학생의 경우 학습장애가 온다는 연구도 많이 보고됐다. 많은 사람이 비염이 오래되고 익숙하다 보니 웬만큼 심하지 않으면 치료를 하지 않는다. 실제 외래 환자에게 물어보면 증상이 괜찮다고 하는데 막상 콧속을 보면 염증이 심하고 꽉 막힌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본인은 힘든 것을 못 느낄 수 있지만 수면장애 및 정서장애는 그대로 발생하기 때문에 좋지 않다.

권 교수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코에 뿌리는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만이 수면장애로 인한 만성피로 및 정서장애를 해결할 수 있고 학생들의 학습장애를 확실하게 개선시킬 수 있다”며 “비염 치료를 위해 대부분 이용하는 항히스타민제는 증상을 일시적으로 감소시켜줄 뿐”이라고 말했다. 항류코트리엔제도 함께 사용하면 좋다.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에 비해 효과는 작지만, 스프레이 약이 직접 닿지 않는 부위의 염증까지 호전시킬 수 있고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있다. 간혹 스테로이드 부작용이 걱정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는 간에서 99.9%가 바로 분해되기 때문에 2세 아이부터 수십 년간 써도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1∼2주 정도는 꾸준히 사용해야 효과가 나타나므로 당장 효과가 없는 듯해도 처방받은 대로 계속 사용해야 한다.

면역치료를 통한 근본적인 치료도 생각해볼 수 있다. 특정 물질이나 환경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체질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집먼지진드기 알레르기도 면역치료를 하면 비염의 모든 증상이 훨씬 좋아질 수 있다. 권 교수는 “약 80∼90%의 환자에서 효과가 있고 이 중 일부는 모든 약을 끊을 정도로 좋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치료를 3∼5년 정도 지속해야 하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