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서 거저 돈 나눠준다는 데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온갖 논란 끝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대한 지원금 성격으로 가구당 100만 원(4인 가족 기준)씩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까지 현금 지급 대열에 가세했다. 그러나 정작 그 돈이 어디에서 나올 것인지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경제 쇼크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을 쏟는 데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재난지원금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정부가 적자 국채 발행으로 감당해야 할 국가채무는 올 한 해 120조 원 늘어난 850조 원에 이른다. 개인으로 환산하면 1640만 원, 4인 가족 기준으로는 가구당 6560만 원이나 된다. 4인 가구는 1년 만에 920만 원의 빚을 더 떠안게 되는 셈이다.

26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정부는 곧 코로나 극복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할 방침이다. 지난 3월 11조7000억 원 규모의 1차 추경을 편성한 지 한 달 만에 11조2000억 원의 2차 추경안을 마련해, 두 번에 걸친 추경 규모가 22조9000억 원에 달한다. 이번 3차 추경 규모가 30조 원 정도인 만큼 추경 총액은 50조 원에 이른다. 여기에 2020년 본예산에 담겨 있는 기존 채무까지 합할 경우, 모두 120조 원의 신규 국채 발행이 불가피해진다. 3차 추경까지 계산할 경우 정부 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0%에 육박한다. 정부가 책임져야 할 공기업 빚까지 포함하면 광의의 국가채무 비율은 GDP 대비 73%로 급상승한다.

적자 국채 발행은 현 세대가 후손에게 빚을 떠넘기는 일이다. 그럴수록 경기를 부양하고 경제체질을 개선해 미래 상환능력을 물려줘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절실하다. 단순한 이전지출인 복지지출을 가능한 한 억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512조 원의 초 슈퍼예산이라는 지적을 받는 올해 예산을 보면 복지 부문만 180조 원에 이른다. 현금성 복지 대상자만 이미 1200만 명이다. 중복 살포도 23조 원에 이른다. 정부가 세출 구조조정을 고민한다면 복지부문부터 제대로 살펴야 한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세출 부문에서 복지부문을 건드릴 수 없는 성역으로 남겨놓고 있다. 재정건전성이 ‘묻지 마 세금 낭비’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