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공유플랫폼 기업들이 벼랑 끝에 섰습니다. 감염병이 창궐하는 상황에서 차를 나눠 쓰는 우버, 방을 나눠 쓰는 에어비앤비가 꺼려지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에어비앤비는 임직원 월급을 50% 깎았고 마케팅 예산을 전면 삭감했습니다만 그냥 손을 놓고만 있는 건 아닙니다.

지난 9일부터 에어비앤비는 콘서트, 명상, 마술, 코미디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온라인 체험을 시작했습니다. 감염 우려로 대면 체험 프로그램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되자, 비대면 온라인 프로그램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공유숙박 호스트(집주인)의 줄어든 수입을 이렇게나마 충당하고, 외부 활동이 어려워진 게스트(여행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화면을 따라 하는 체험이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는 모르지만, 중요한 건 적어도 재앙의 와중에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프랑스 관광청은 가상현실(VR)을 통해 베르사유 궁전과 전통 마을을 방문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고, 이스라엘 관광청도 VR 플랫폼으로 여행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푸에르토리코 관광청은 살사, 칵테일 강습 등을 원격 워크숍 형태로 제공하며, 영국은 자국의 TV쇼 등을 소개하는 ‘집에서 영국 발견하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행사를 대상으로 위기 대응 노하우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무료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관광 소비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캠페인도 활발합니다. 세계관광기구(UNWTO)가 시작한 ‘여행은 내일’(#TravelTomorrow) 해시태그 캠페인에는 독일을 비롯해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등의 국가와 빈 등의 도시가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관광청은 ‘꿈은 지금, 방문은 나중에’ 캠페인을, 남아프리카공화국 관광청은 ‘지금 여행을 하지 말아야 나중에 여행할 수 있습니다’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요. 관광지 주민들이 스스로 유채밭을 갈아엎고, 온라인에서 일상 복귀 수준에 대한 제 나름의 기준으로 타인을 무차별하게 삿대질하며 비난하는 상황에서 여행과 관련한 어떠한 공적 메시지도, 캠페인도 없습니다. 하기야 해외에서 접속하는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에, 다른 나라 관광청은 다 제공하는 달라진 입국절차와 코로나 대응 현황 등에 대한 정보조차 한 줄 없는 형편이니 메시지나 캠페인까지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이 아닌지 싶습니다. 관광 분야의 대처도 우리나라 방역 수준의 절반만큼, 아니 반의반의반만큼이라도 해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