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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30대 중반 여성 직장인입니다. 저는 업무 특성상 회의를 많이 하는데요. 제 의견에 누군가 반론을 제기하거나 저의 의견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바로 마음이 상해서 얼굴이 굳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애써 웃어 보이지만 잘 감춰지지 않습니다. 사적인 관계에서도 누군가 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 좋은 이야기를 하면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곤 합니다. 저는 왜 타인의 비판에 이렇게 예민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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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나 거부한 것 아니라 의견 얘기하는 것일 뿐’되뇌세요
▶▶ 솔루션

사람은 뼛속 깊이 사회적 존재라서 부정적 평가에 예민한 법입니다. 오히려 타인의 평가에 무관심한 것이야말로 비정상적입니다. 다만 지나친 것 또한 문제입니다. 타인의 비판에 유독 예민한 것은 ‘수치심’이란 감정과 관련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자로 ‘수치(羞恥)’는 ‘부끄러울 수’와 ‘부끄러울 치’로 구성돼 있습니다. 즉 ‘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심한 부끄러움을 말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 수치심을 병적인 부끄러움으로 봅니다. 일반적인 부끄러움이 자신의 부족함이나 실수에 대해서 갖는 위축된 느낌이라면, 수치심은 자신의 존재 자체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말합니다. 정말 인정하기 힘든 감정이겠지요. 그렇기에 부끄러움은 자기개선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수치심은 자기비난으로 치닫거나 반대로 외부로 투사돼 강한 분노로 바뀝니다. 분노로 바뀌면 수치심은 분노 뒤로 숨어버려서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즉, 수치심을 잘 느끼는 사람들은 상대가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한 것만으로도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상대를 공격하기 쉽습니다.

그럼 수치심을 크게 느끼는 사람은 어떤 경우일까요? 정신분석학자 ‘도널드 나단슨’은 양육자의 사랑을 기대했다가 거부당했을 때 아이가 느끼는 감정이 수치심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는 양육자로부터 반복적으로 거부당했을 때 자신이 사랑받을 수 없다는 감정 즉, 자신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 애착손상과 관련된 감정이 바로 수치심이며, 수치심은 낮은 자존감의 핵심감정이 됩니다. 사연을 주신 분 역시 내면에 해결되지 못한 수치심이 쌓여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당장은 수치심이 올라올 때마다 억지로 누르거나 상대를 공격하는 자동적 반응보다 의식적 반응을 늘려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속으로 ‘상대는 나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그냥 자기 생각을 이야기한 것뿐이야’라고 반복해서 이야기해보세요. 더 중요한 것은 고민을 주신 분의 내면에 ‘거부당한 아이’가 여전히 자리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받아들여지지 못해서 수치심을 느끼고 있는 이 내면의 아이가 잘 치유되는 것이 관건입니다. 상상에서나마 이 아이의 좋은 양육자가 돼주세요. 쉽지 않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