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이 교섭단체 구성하면
야당몫 추천위원 차지해 불리
시민당도 교섭단체 추진할 듯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자매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 ‘모(母)정당과의 통합’ 문제를 놓고 시간을 끌고 있다. 특히 여야 모두에서 오는 7월로 예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임명과 관련해 위성정당을 독자 원내교섭단체로 남겨 ‘우군’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양측 간 눈치싸움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우희종 시민당 공동대표는 20일 오전 MBC라디오에 출연해 “당규상 해체한다는 원칙보다 더한 원칙은 우리의 출발 취지인 검찰 개혁이고, 대표적 사례가 공수처법”이라며 “당의 존재 이유인 적폐 청산과 검찰 개혁을 위한 것이라면 당규 변경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 공동대표의 발언은 향후 공수처장 임명 등에서 야당의 견제를 막고 우위를 얻기 위해서는 민주당과 합당 없이 별도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원유철 한국당 대표도 독자 교섭단체 구성 가능성에 대해 “형제정당인 통합당이 총선 패배 후유증을 수습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도 “통합당 수습이 완료되면 충분한 소통을 통해 통합과 별도 교섭단체 구성 중 어떤 것이 여당을 더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지 판단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두 위성정당이 별도 교섭단체 구성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공수처장 임명 문제와 무관치 않다. 공수처장은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 7명 중 6명 이상의 찬성 의결로 임명되는데, 현재 위원 2명을 야당 교섭단체가 추천하게 돼 있다. 한국당이 별도 교섭단체가 되면 야당 몫 추천위원을 통합당과 한 명씩 나눠 갖고 공수처장 후보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시민당이 교섭단체가 되면 야당 몫 추천위원 중 한 명을 차지해 민주당과 함께 여권이 선호하는 후보에 대한 추천이 가능하다.

시민당은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3석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원내교섭 단체 구성 방안과 관련해 열린민주당(3석)과 통합 혹은 민주당에서 ‘의원 꿔오기’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당도 원내교섭단체 구성으로 방향이 잡힐 경우 ‘의원 꿔오기’나 무소속 당선자 영입, 국민의당과 합당 추진 등을 통해 20석 이상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장병철·이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