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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직후 실시된 제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152석을 얻어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이 중 초선이 108명이나 될 정도로 얼떨결에 국회의원이 된 사람이 많았다. 당시 고(故) 노회찬 의원은 “열린우리당은 길 가다가 지갑 주웠다”고 할 정도였는데, 정봉주 전 의원은 스스로 ‘탄돌이(탄핵+돌아이)’라고 지칭했다. 그러다 보니 의정활동 준비가 부족했고, 호가호위하며 소위 ‘난닝구(실용·옛 민주당계·호남) 빽바지 (급진·친노무현계)’ 논쟁으로 날을 새 ‘108번뇌당’ 비아냥까지 들었다. 국가보안법 등 4대 악법 철폐 투쟁을 벌였지만 121석을 가진 야당의 반발에 부닥쳐 아무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다음 총선에서 살아남은 ‘탄돌이’는 35명에 불과했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당직을 맡은 586 의원들이 대부분 탄돌이 출신이다.

18대 국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원을 등에 업고 완장을 찬 ‘맹돌이’ 또는 ‘뉴타운 돌이’가 맹위를 떨쳤다. 당시 보수정당이 서울지역 47개 지역구 중 40곳에서 뉴타운 공약을 내걸어 개발 광풍을 몰고 왔다. 이들은 개혁 모임을 구성하는 등 나름대로 활동을 벌여왔지만, 이 대통령 형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의 문제를 놓고 정권과 갈등을 벌이면서 힘을 잃었다.

이번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당선자 163명 중 초선은 68명에 달한다. 41%다.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선거유세 중 ‘코로나19 사태’에 힘입어 국회에 진출하는 이들을 ‘코돌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하며 청와대에 있었던 인물은 17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태호 전 일자리수석, 이용선 전 시민사회수석,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윤건영 전 국정기획상황실장, 고민정 전 대변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청와대를 ‘결사옹위’할 가능성이 크다. 최기상, 이수진, 이탄희 당선자 등 국제인권법연구회 판사 출신은 사법부, 조국 백서 필자로 참여한 김남국 당선자와 김용민 당선자 그리고 범여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 소속의 최강욱 당선자는 검찰을 겨냥한 원내 활동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역량보다 대통령 후광으로 당선된 이들에겐 국민보다 권력이 먼저다. 코돌이란 비아냥을 듣지 않으려면 의정활동으로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