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강권오 대표가 지난 9일 경기 안양시 호계동 디오밸리 내 집무실에서 그동안 받은 우승 트로피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강권오 ㈜유론 대표

169㎝ 키에 300야드 장타 펑펑
입문 1년만에 86타·7일후 73타
최근 클럽챔피언 등 10회 우승
“비결은 하루도 거르지않는 연습
늘 고수들과 치며 배우는 자세”

“짬뽕하면 골프가 잘 안맞아요”
캐디 한마디에 백스윙 천천히
이후 언더파 치며 기록 좋아져

강권오 ㈜유론 대표는 169㎝의 단신이지만 300야드에 육박하는 장타를 앞세워 최근 5년 동안 클럽챔피언과 미드아마추어대회를 모두 10차례나 석권한 아마 고수다.

강 대표를 지난 9일 경기 안양시 호계동 디오밸리 내 집무실에서 만났다. 삼성그룹 공채 출신인 강 대표는 삼성전자 연구원을 지내다 2005년 독립, 냉동 자동제어 시스템을 생산하고 있다. 주요거래처는 백화점과 대형 마트. 식품매장은 냉동 쇼 케이스의 온도를 제어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54세인 강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골프를 배웠다. 구력 15년을 넘긴 강 대표는 지난 5년간 미드아마대회에서 5승을 거뒀다. 2018년 2승, 그리고 지난해 대한골프협회(KGA)가 주관한 미드아마선수권을 포함해 3승을 거뒀다. 2015년 처음 출전한 동원건설배 성적은 3위였다. 강 대표는 “우승 욕심이 나면서 마음가짐을 달리했다. 대회를 앞두고 연습라운드를 통해 코스를 연구하는 등 노력하니까 비로소 우승이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내친김에 클럽챔피언에 도전, 역시 5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2016년 베어크리크CC 챔피언대회, 그리고 뉴코리아CC(2017, 2018년)와 태광CC(2018, 2019년) 2연패를 이뤘다.

강 대표가 미드아마대회에 출전한 것은 불과 5년 전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30차례 이상 클럽챔피언에 오른 정환 참마루건설 대표와 라운드를 한 뒤였다. 정 대표는 강 대표를 미드아마대회에 참가할 만한 실력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특히 작은 체구의 강 대표가 자신보다 20∼30m씩 더 멀리 보내는 것에 약이 올랐던지 강 대표를 자주 코스로 불렀다. 처음엔 9홀당 2타씩 핸디를 받던 강 대표는 1년 후 스크래치로 맞서고도 정 대표를 이기는 날이 더 많았다.

강 대표가 빠르게 골프 강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처음 쳐 보는 골프가 운동이라곤 유일하다는 강 대표는 매일 출근 전 회사 근처 연습장에 들러 1시간 30분 정도 연습했다. 레슨을 받지 않았지만 1년 만에 이븐파를 칠 만큼 기량은 일취월장했다. 그 역시 처음엔 드라이버로 200m 남짓 보내는 보통의 주말골퍼와 비슷했다. 필드는 연습장을 나간 지 2주 만에 처음 나갔고, 이때 100타를 넘겼다. 하지만 이후 100타를 친 기억이 없다. 골프 입문 1년이 채 안 돼 86타를 치더니, 1주일 뒤 73타를 기록했다. 이후 나갈 때마다 타수를 경신했다. 강 대표는 “필드에서는 늘 공 잘 치는 사람과 어울리며 하나라도 더 배우려 했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특히 라운드 도중 우연히 만났던 캐디의 조언 한 마디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골프 입문 10개월 후 지인들과 전북 고창의 선운사골프장에 갔을 때였다. 2∼3홀이 지나자 캐디가 그에게 다가와 “왜 그렇게 (스윙이) 빨라요?”라면서 “짬뽕 하지 말고 짜장면 하세요, 짬뽕 하면 골프가 잘 안 맞아요”라는 말을 건넸다. 강 대표는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이내 그 의미를 깨달았다. ‘짬∼뽕’하면 백스윙 템포가 빨라지고, ‘짜∼장∼면’하면 백스윙 템포가 느려지면서 정확한 임팩트와 스윙을 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강 대표는 이날 이븐파를 쳤다. 이후 라운드부터 언더파까지 만들어냈다.

강 대표의 장점 중 똑바로, 멀리 보낼 수 있는 스윙 능력을 빼놓을 수 없다. 20대 현역 투어 프로들과 견줘도 중간급은 된다는 평가다. 강 대표의 헤드 스피드는 105마일 정도. 아마추어 중 장타자가 100∼102마일 이내인 점에 비추면 빠른 편. 드라이버로 260m를 보내니 웬만한 파 4홀은 피칭 웨지로 해결하고, 파 5홀에서만 우드를 잡는다. 5번 아이언으로 180m 이상 보낸다는 그는 지난해 제주 오라CC에서 열린 클럽대항전에서 개인, 단체전 우승을 차지할 때도 100m 이내에서 핀을 공략해 딱딱한 그린에 대부분 세웠다. 강 대표의 장타 비결은 가볍게 잡는 ‘그립’. 손에서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잡다 보니 골프채를 몇 년 사용해도 닳지 않은 새것처럼 보인다. 그립에 힘을 빼니 백스윙까지의 자세가 좋아져 다운스윙 이후 임팩트 때 밀고 나가는 가속도가 늘어난다. 또 릴리스까지 좋아져 헤드 스피드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 강 대표는 “주말골퍼라면 견고한 백스윙과 임팩트 이후 몸이 돌아가지 않도록 왼쪽 벽을 만들면 힘을 모을 수 있어 지금보다 더 많은 비거리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 대표는 뛰어난 집중력도 갖췄다. 골퍼는 대개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곤 한다. 하지만 강 대표는 다르다. 그는 “어드레스에 들어가도 붙잡지만 않는다면 공을 그대로 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몰입도가 높아 어드레스에 들어가면 주위 소음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강 대표의 베스트 스코어는 화이트 티에서 9언더파 63타. 2018년 9월 강원 홍천의 360도 골프장에서 8팀이 출전한 친선모임 때 버디 10개, 보기 1개를 작성했다. 블루 티에서는 6언더파 66타다. 공식대회에서는 2018년 8월 경남 창원 아라미르CC에서 열린 제2회 국제식품배 미드아마대회에서의 5언더파 67타. 홀인원은 2010년과 2018년 두 차례이며, 이글은 지금까지 100회 이상이다. 지금도 매년 20회 이상 이글을 낚는다.

안양 = 글·사진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