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 = 송재우 기자

■ 포스텍, 심근경색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상분리로 코아서베이트 만들어
중간엽 줄기세포를 손쉽게 포집
손상된 심근조직에 효율적 전달
이식 줄기세포 오랫동안 ‘유지’

심장마비 단계 이르지 않도록
조직과 빠르게 융화 혈관 구축

홍합 조개는 맛도 좋지만 바위에 단단히 붙어 파도가 쳐도 떨어지지 않는 강한 접착력으로도 유명하다. 과학자들은 홍합의 접착 단백질을 응용한 여러 연구를 진행해왔다.

최근 포스텍 연구팀은 홍합 접착 단백질을 이용한 심근경색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심근경색은 초기 사망률이 30%에 달할 정도로 생명과 직결되는 질병이다. 따라서 심장마비 단계에 이르지 않도록 빠르고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한데, 홍합이 지닌 강력하면서도 인체에 무해한 단백질과 줄기세포를 이용한 효과적인 심근경색용 줄기세포 치료제를 우리나라 연구진이 만들어낸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약물전달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저널 오브 컨트롤드 릴리스(Journal of Controlled Release)’에 최근 온라인 게재됐다. 포스텍 화학공학과 차형준 교수, 박사과정 박태윤 팀은 여의도성모병원 흉부외과 심성보 교수, 대전성모병원 흉부외과 이종호 교수팀과 함께 홍합 접착 단백질의 상분리(相分離·phase seperation) 현상을 이용해 코아서베이트 제형으로 만들어 중간엽 줄기세포를 손쉽게 포집, 손상된 심근 조직 사이에 줄기세포를 효율적으로 전달해 오랫동안 이식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액상 접착성 세포전달체’를 개발했다. 특히 인체에 무해하고 대량생산도 가능해 심근경색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심장은 전기적 신호에 의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혈액을 순환시키는 중추기관이다. 심장혈관이 혈전 등에 의해 막히면 심장으로 산소와 영양을 공급할 수 없어 근육세포와 이를 둘러싼 혈관이 극심하게 손상된다. 이렇게 심근 벽에 괴사가 일어나 얇아지는 질환이 심근경색이다. 심장은 한번 손상되면 스스로 재생되지 않는다. 손상된 심장근육을 획기적으로 재생시키는 방법은 아직 없다. 그래서, 심한 경우 기계 장치를 달거나 다른 심장을 이식해야만 한다. 최근 들어 미래 치료기술로 줄기세포를 손상된 심근 조직에 이식해 재생시키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이식된 줄기세포는 척박한 극한의 심근 환경에 의해 이식률이 현저히 떨어지며, 이식에 성공하더라도 대부분 곧 사멸한다.

심근경색의 줄기세포 치료를 위해서는 손상된 심근의 환경을 견뎌낼 수 있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 심장의 높은 혈압과 빠른 혈류, 그리고 심근경색으로 인해 얇아진 심근 조직 사이에 효율적으로 줄기세포가 이식돼 오랫동안 남아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이식된 줄기세포가 기존의 주변 조직과 빠르게 융화해 혈관을 구축하면서 생존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방법들은 줄기세포가 손상된 심근 조직에 성공적으로 전달되거나 이식이 유지되기가 매우 어려웠다.

공동연구팀은 액상의 코아서베이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줄기세포가 자가 포집되는 점을 활용, 이렇게 만들어진 줄기세포 치료제를 얇아지고 손상된 심근 벽에 주사해 효율적으로 이식했다. 동물실험을 통해 홍합 접착 단백질 소재가 지니는 접착성과 혈관 형성 능력, 그리고 줄기세포의 생체 분자적 효능을 바탕으로 이식된 줄기세포가 오랜 기간 손상된 심근 조직에서 생존함을 확인했다. 더 나아가 손상된 심근 조직에 새로운 혈관이 형성되고 기존 심근 세포의 추가적인 사멸을 방지하며, 근섬유화도 완화해 손상된 심근 벽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새로운 줄기세포 전달체는 인체에 무해한 생체적합성 바이오 소재를 이용한 것인 만큼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를 주도한 차형준 교수는 “우리나라의 고유 소재인 홍합 접착 단백질을 이용해 실제 심근경색 동물 모델에 적용, 효과적인 줄기세포 치료제로의 효능을 확인했다”며 “줄기세포 치료제가 필요한 심근경색 질환에서 그 효능을 확인함으로써 이와 비슷한 환경의 만성질환이나 허혈성 질환에도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 용어설명

홍합 접착 단백질 : 홍합이 물속의 바위와 같은 표면에 붙어서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내는 단백질로 이뤄진 접착제. 인체에 무해하고 생분해가 되므로 우리 몸에 사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생체접착제다. 하지만 홍합에서 직접 추출하는 것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차형준 교수 연구팀은 미생물 배양을 통해 대량 확보가 가능한 원천소재기술을 개발해 조직공학 및 의료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코아서베이트 : 액상-액상 분리(liquid-liquid phase separation)에 의해 상이 나눠질 때 물질이 농축돼 보이는 상 쪽을 코아서베이트라 부른다. 물에 녹아 있는 정반대 전하의 두 물질이 만나 액상-액상 분리가 일어나면서 두 물질은 코아서베이트 상 쪽으로, 그리고 물은 물질이 거의 없는 희석 상(diluted phase)으로 몰려 두 개의 액체상으로 나뉜다. 물질이 농축돼 있는 코아서베이트층만 분리하면 이것이 수중접착제가 된다. 이미 액상-액상 분리가 일어났으므로 물속에 넣더라도 물에서 풀리지 않고 분산도 되지 않아 접착 면에 그대로 남으면서 수중 접착이 가능해진다. 홍합 접착 단백질과 히알루론산으로 이뤄진 코아서베이트를 기반으로 해서 줄기세포를 포집함으로써 심장 속에서 와해되지 않고 심근경색이 일어난 부분에 접착돼 오랫동안 유지되면서 치료할 수 있는 혁신적인 줄기세포 치료제의 개발이 가능해졌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