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데이터 예술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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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팬데믹은 21세기 글로벌리즘
국경의 초연결성·단절성 공존

예술 데이터도 클라우드 필요
AI 활용하는 예술가 대폭 증가

전시·공연 온오프라인 융복합
다매체·채널 디지털 예술교육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문화예술계는 많은 사람이 온라인에서 대규모의 예술 데이터를 공급하고 소비하면서, 새로운 데이터 예술 시대가 본격화할 것을 직감한다. 이번 사회적 거리 두기를 딥다이브(Deep Dive)의 기회로 만든다. 완전 몰입 방식으로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문화예술계의 전 세계 대응을 분석하고, 혁신의 해결책을 구상해 가까운 미래를 예측한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최첨단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혁신은 문화예술에서도 상용화되고 개인화할 것이다. 다가오는 데이터 예술 시대를 7가지로 예측해 본다.

첫째, 21세기의 글로벌리즘은 팬데믹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SNS로 전 세계의 사건, 그 속에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인간 감정의 유사성을 경험하게 했다. 코로나19는 세계 어느 나라든 국경 없이 전파되는 초연결성과 국경도 삽시간에 폐쇄될 수 있는 단절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팬데믹 글로벌리즘은 디지털의 초연결성과 물리적 단절성이라는,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두 측면이 공존한다. 박정선 작가가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만든 미디어 작품 ‘배고픈 고양이 야미’를 보면서, 고양이가 살아 있으면서도 죽었다는 에르빈 슈뢰딩거의 양자역학 고양이를 떠올려 본다.

둘째, 예술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있다. 개인이 평생 다 감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예술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집적돼 있다. 예술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집적되면서 예술도 데이터 과학의 분석 대상이 됐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은 국경이 폐쇄돼도 전 세계가 온라인으로 연결돼 있어 불안이 덜했다. 만약 앞으로 디지털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한순간에 개인과 기관 컴퓨터의 데이터 접근이 폐쇄될 위험에 대비해 예술 데이터도 안전한 클라우드에 축적하고 보안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공공과 개인의 예술 데이터를 보관해 주는 클라우드의 수장고가 필요하다.

셋째, 예술 데이터의 오픈 액세스가 가속화할 것이다. 디지털화한 예술 데이터의 구축은 변혁기를 맞이한다. 데이터의 표준화, 라벨링에 대한 속도감 있는 회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지금은 문화예술 공공기관의 예술 데이터가 공유되고 있지만, 곧 개인 예술가의 데이터가 오픈 액세스되기도 하고 또 예술 데이터 마켓이 활성화할 것이다. 정보기술(IT)이 발달한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 또 개인 간에 예술 데이터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할 가능성을 극복하기 위한 유네스코의 활약이 예상된다.

넷째, 인공지능(AI)으로 예술 데이터를 응용하는 예술가와 예술 창업자가 증폭한다. 지난 2월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미술작품 데이터 오픈 액세스의 성과를 발표했다. 최근 3년 동안 데이터 과학 그룹과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공유하면서, 새롭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문화 감상자에게 힘을 실어줬다. 구글, 코넬대의 코넬테크, 버지니아대 등이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이미지 데이터를 데이터 과학 연구에 활용했다. 지난해 캐글(Kaggle)은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이미지 데이터를 AI와 머신러닝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주제로 대회를 주최해 521팀의 765건이 참가했다.

다섯째, 온·오프라인의 융복합된 확장현실의 전시와 공연이 본격화한다. 코로나19로 휴관 중인 뉴욕현대미술관(MoMA)은 남미의 추상미술을 소개하는 특별전 ‘남쪽의 모던: 추상으로 여행’을 지난 3월 28일 온라인으로 시작했다. 온라인 전시는 전시 개요, 음악 공연, 가상 전시장 3부분으로 구성했다. 전시 개요는 간단한 텍스트와 5분 정도 유튜브 동영상 자료로 소개했다. 음악 공연은 전시와 관련한 음원을 공유했다. 가상 전시장은 전시장 사진 미술품에 태그를 했고, 태그를 클릭하면 상세 정보가 나온다. 복잡한 최첨단 기술을 도입하기보다, 친숙한 기존의 기술과 플랫폼을 활용한 전시로 전달이 쉽고 분명했다. 앞으로 빠른 속도로 디지털 문화 기획이 다양하게 시도될 것이다.

여섯째, 다매체·다채널로 디지털 예술교육이 활성화된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비대면 온라인 컬로퀴엄, 웨비나(web+seminar)가 줌(zoom)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사용해서 진행됐다. 지난주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주최한 온라인 컬로퀴엄에 참석했다. 미디어 아티스트 김윤철 작가가 작품에 대해 발표했고, 교수와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참가했다. 김 작가는 ‘크로마’라는 작품을 중심으로 1시간 동안 작가가 작업실에서 동영상 등을 세련되게 활용하면서 온라인으로 발표를 했다. 작업실에서 진행한 온라인 아티스트 토크는 미술관의 전시실이나 강당에서 느끼지 못한 놀라운 현장감이 전달됐다. 과학예술에 기반한 예술가들에게 본격적인 활동 무대가 활짝 열렸다.

일곱째, 과학예술의 연구·개발(R&D)이 활성화되고, 예술 데이터의 지식재산권이 체계화된다. 새로운 미술의 표현으로 알려진 ‘커팅 에지(cutting edge)’의 예술이 20세기에는 19세기까지 관습에 도전하는 아방가르드 예술이었다고 한다면, 21세기는 디지털 기술과 예술 데이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예술가가 최첨단에서 새로운 시대를 주도할 것이다. 예술품의 수집은 예술 데이터의 소장이 되고, 이를 관리하는 지식재산권 관리회사가 생길 것이다.

문화예술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데이터 예술 시대라는 새로운 유행이 가속화할 것이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끝나고 일상이 제자리로 돌아갈 때 맞이할 새로운 디지털 시민사회의 예술 세계를 준비해 본다.

이미지 크게보기 박정선 ‘배고픈 고양이 야미’(2019)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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