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前 의원의 아내사랑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자택의 초인종을 누르자 빨간 넥타이에 양복을 갖춰 입은 김용갑 전 의원이 환한 표정으로 현관문을 열었다. 김 전 의원이 거실로 안내하는 동안 방 하나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지만 이내 고요해졌다. 그는 부인이 오랜 투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데다, 낯선 이들에게 모습을 보이길 꺼려 인사를 하지 못한다며 양해를 구했다.

집안 곳곳에는 미적 감각이 뛰어난 안주인의 손길이 닿아 있었다. 현관에서 거실로 이어지는 복도에 걸려 있는 미술 작품들, 거실과 부엌에 놓인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들이 눈에 띄었다. 고풍스러운 소파는 의자마다 색도 달랐다. 김 전 의원은 “집 구석구석을 꾸미고 가꾸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의 취향”이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의 아내 김하야 씨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건 그가 초선 의원 시절이던 1998년이었다. 15, 16, 17대 국회를 거쳐 3선 국회의원으로 2008년 정계를 은퇴할 때까지 10년간 의정활동과 부인 간병을 병행했다. 거실에서 인터뷰가 2시간 가까이 진행됐을 무렵, 부인이 김 전 의원을 부르는 소리가 방에서 났다. 그는 “제가 말도 없이 오랫동안 안 보이니까 찾는 것 같다. 인터뷰 중이라고 다시 이야기를 해주고 오겠다”고 했다. 금세 돌아온 김 전 의원은 “제 딴에는 잘 해주려고 노력 하지만 아내 입장에서 부족하게 느껴질 때가 많을 것”이라며 “아프다고 짜증을 내더라도 내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참 고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1950년대 중학교 시절 처음 만나 67년째 함께하고 있다. 부인은 아들 셋을 대학교수, 대기업 임원 등 어엿한 사회인으로 길러낸 어머니이고, 김 전 의원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정치인의 아내다. 김 전 의원은 “그때나 지금이나 묵묵히 지지해주는 아내가 있어 참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