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기준금리 年0.75% 동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진단, “기존 성장률 전망(2.1%)을 상당 부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해 올해 0%대 성장률 전망치가 나올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다만 “상반기 중 코로나19의 확산세가 2분기에 진정될 경우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온라인으로 이뤄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상승률 전망을 0%대로 보는지, 혹은 마이너스로 전망하는지를 묻자 “글로벌 경기 침체(리세션)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면서 “2분기 중 전 세계적으로 사태가 진정돼 하반기 경제활동이 개선된다는 가정하에 국내 경제는 플러스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디까지나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황 악화 시에는 그보다도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한국은행은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수준(0.75%)에서 동결했다. 이는 이미 코로나19 사태로 긴급히 큰 폭의 기준금리를 인하한 상황에서 당분간 정책 효과를 지켜보며 정책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이미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올해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속속 내놓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비관적인 시나리오일 경우 -6.7%까지도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기존 전망치보다 2.0%포인트나 하락한 -3.0%를 제시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0.2%,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0.6%를 예상했다.

1954년 이후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차 오일 쇼크가 있었던 1980년(-1.7%)과 외환위기가 닥친 지난 1998년(-5.5%) 등 두 번뿐이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는 코로나19 여파 때문만은 아니며 정부와 기업, 가계 등 한국경제가 이미 어려움에 처해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충격이 커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