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스코어, 234곳 현황조사
한전 등 공기업만 3조5262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올해 2분기까지 갚아야 하는 국내 주요 기업의 회사채 규모가 15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8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334개 기업 중 234곳(회사채 미발행 80곳, 세부 내역 불일치 20곳 제외)의 지난해 말 기준 회사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300조7444억 원에 달했다. 이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37조4607억 원이고, 특히 14조7545억 원은 오는 6월 말까지 상환해야 한다. 약 40%가 4∼6월에 몰려있는 것이다.

총 21개 업종 중 6월 말 만기도래 회사채 규모가 가장 큰 업종은 공기업(3조5262억 원)이었고, 석유화학이 1조2930억 원, 조선·기계설비가 1조2570억 원, 여신금융이 1조2300억 원에 달했다. 이어 유통(9853억 원), 증권(7100억 원), 서비스(6500억 원), 식음료(6280억 원), 건설 및 건자재(6272억 원), 자동차 및 부품(5820억 원) 등이었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한국전력공사가 6월 말까지 무려 1조4400억 원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동서발전이 6789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공사채, 금융채 등을 제외한 2분기 만기 일반 회사채만을 기준으로 보면 경영난을 겪어 국책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수혈받고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672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호텔롯데(3019억 원), SK네트웍스(2800억 원), 현대제철(2700억 원), LG디스플레이(2600억 원), 기아자동차와 호텔신라 각 2500억 원, 롯데쇼핑과 대한항공 각 2400억 원, 롯데렌탈과 LG CNS 각 2300억 원 등 순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2분기 이후 3분기까지는 총 12조3146억 원, 4분기까지는 10조3916억 원의 만기가 돌아와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조사대상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가 없는 곳은 130곳이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