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홍남기(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서울-세종 영상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 회계연도 국가 결산

GDP대비 재정적자비율 0.6%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
관리재정도 54조4000억 적자

재난지원금 전국민에 지급할땐
국가채무비율 43.1% 넘을수도
국가신용등급 하방압력 가능성

정부가 7일 내놓은 ‘2019회계연도 국가 결산보고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재정수지 적자와 국가채무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1972년 이후 48년 만에 처음으로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확실시되는 올해부터는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이 더욱 빠른 속도로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국가 결산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나라 살림의 형편을 보여주는 재정수지의 급격한 악화다. 가계 살림과 마찬가지로 나라 살림도 들어오는 돈(총수입)보다 쓰는 돈(총지출)이 많으면 나빠진다. 지난해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12조 원 적자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은 0.6%였다. 지난해 통합재정수지 적자의 규모와 GDP 대비 비율은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17조6000억 원, GDP 대비 1.5% 적자) 이후 최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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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지난해 54조4000억 원(GDP의 2.8%) 적자를 기록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7년 이후 가장 크고, 비율로 따져도 2009년(3.8%) 이후 최대치다.

재정수지가 악화하면서 지난해 중앙정부 채무는 699조 원(GDP의 36.5%)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앙정부 채무와 지방정부 채무를 더한 국가채무도 728조8000억 원(GDP 대비 38.1%)으로 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향후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예산(본예산)을 짜면서 국가채무가 805조2000억 원(GDP 대비 39.8%)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올해 1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GDP의 41.2%인 815조500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올해 1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경상성장률(물가상승을 포함한 성장률)이 3.4%를 기록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그러나 최근 해외투자은행(IB) 등은 올해 우리나라 경상성장률이 0%를 기록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상성장률을 0%로 가정하면, 국가채무 비율은 42.6%로 상승한다. 올해 경상성장률이 0%인 상황에서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이 공통으로 주장하는 것처럼 전체 국민(가구)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산업(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2차, 3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10조 원의 적자 국채를 추가로 발행한다고 가정하면 국가채무 비율은 43.1%로 치솟는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전체 국민에게 주는 방식 등에 따라 올해 국가채무 비율이 43.1%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정하에서는 올해 국가채무는 830조 원, 관리재정수지 적자액은 1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 2월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오는 2023년 46%까지 높아질 경우, 중기적으로 국가 신용등급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의 재정확장 추세가 이어지면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오는 2022년에는 국가채무 비율이 50%에 육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재정건전화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재정 준칙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