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이 9일 뒤이지만 유권자들은 혼란스럽다. 선거공보물이 각 가정에 도착했지만, 잘못된 개정 선거법 탓에 정당이 난립하고 초유의 위성정당 편법까지 동원되면서 옥석을 가리기 더 힘들어졌다. 오죽하면 여당은 오는 15일에 1번(지역)과 5번(정당) 찍자는‘1·5 버스’를 시도했고, 2번과 4번인 미래통합당은 ‘2판4판’ 구호까지 만들었겠는가. 게다가 선거 쟁점들이 코로나 뉴스에 파묻혀 버렸다. 정부·여당의 코로나 대책은 더 크게 부각되고, 야당의 실정(失政) 비판은 더 작게 취급되는 비대칭도 심각하다.

유권자의 깊은 속마음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최근 여론조사들을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이 위성 비례정당들과 합쳐 과반 의석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여권 내부에선 그런 상황을 가정한 정국 운영 방향들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당초 제1야당을 배제하고 군소 정당들을 끌어들여 ‘4+1 패스트트랙’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밀어붙일 때, 민주·진보 진영의 과반 확보를 제도화하는 2.5당 체제(민주당 1+통합당 1+정의당 0.5) 방안이라는 분석이 유력했다. 그 뒤 통합당의 미래한국당 창당에 밀려 잠시 주춤했으나 온갖 비난을 무릅쓰고 위성정당을 만드는 방식으로 돌파했다. 열린민주당까지 나오면서 예상보다 더 여당에 유리해졌다.

여당 전략가들은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130석 이상으로 원내 1당이 되고,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이 합쳐서 교섭단체가 가능한 20석 이상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면 교섭단체 구성 정당은 여당 2개, 야당 1개가 되는 상황이다. 선거 한 달 뒤엔 시민당을 해산하고 민주당에 복귀하기로 했지만, 여권 핵심에선 이런 ‘음모’ 시나리오가 나온다. 이해찬 대표나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미 그런 정국 운영을 시사하고 있다. 필요하면 언제든 정의당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1970년대 유신정우회를 상기시킨다. 당시엔 대통령이 임명했지만, 비례 의원들은 명목상 당은 다르지만 여당 지지율로 그저 당선된다는 점에서 유정회 같은 ‘자동 의석’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할 경우, 여당은 국회의장은 물론 7월 중순에 출범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까지 독식할 수 있다. 공수처장 추천위원회는 7명으로 구성되고 6명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야당 몫 2명 중 1명을 ‘위성 교섭단체’가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여당은 물론 위성 여당에서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은 윤석열 검찰총장’ 얘기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