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미숙 논설위원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감염증 유행을 다룬 공상과학 소설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1981년 발표된 딘 쿤츠(75)의 ‘어둠의 눈’과 2006년 출간된 맥스 브룩스(47)의 ‘세계대전 Z’가 대표적이다. 두 작품 모두 미국 작가들이 쓴 것으로, 중국을 의문의 바이러스 발원지로 삼았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 쿤츠는 ‘어둠의 눈’에서 후베이(湖北)성 연구실에서 생화학무기용으로 만들어진 우한-400이라는 바이러스가 미국에 퍼지면서 일어나는 비극을 다뤘다. 코로나19와 발원지가 겹치자 “코로나 위기의 예언자”라는 평까지 나오고 있다. 브룩스는 ‘세계대전 Z’에서 바이러스 감염으로 좀비가 되는 인간 이야기를 그렸다. 바이러스 발생 무대는 쓰촨(四川)성 충칭(重慶)이다. 2013년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브래드 피트가 제작·주연을 맡았다.

미 작가들은 왜 중국을 바이러스 무대로 설정했을까? 중국이 미국을 넘어 세계 최강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경계심 차원에서 나온 중국 때리기인 동시에 미국 애국주의적 경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 작품들의 출간 시점은 중국 위협론이 본격화하기 전이라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감염증 확산은 정보 통제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바이러스와 중국공산당 체제의 친화력을 주목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더 유용하다. 브룩스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바이러스 배양 조건으로 많은 사람이 사는 대도시와 초고속 교통망, 정보 공개를 막는 억압적 정부를 들었다. 그러면서 “중국은 세 조건을 갖춘 나라”라고 했다. 2002년 사스에 이어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원한 배경엔 이런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한고비 위기를 넘기자 각국에 의료물품을 제공하며 중국 발원설 지우기에 나섰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바이러스엔 국경이 없다”며 중국을 두둔하고 있다. 최근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화상회의에선 올해 의장국인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우한 바이러스 용어를 고집하는 바람에 공동성명 채택이 불발됐다. 문제는 대형 도시 및 교통 발전에 비례해 중국공산당의 정보통제가 강화되며 사스에서 코로나19로 이어지는 중국발 감염병 발생 주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바이러스 일상화 시대가 열리지 않을지, 문재인 정부의 이번 코로나 대응이 두고두고 나쁜 선례가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