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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 힘·운동 등 계산법 창안
물체 질량갖고 서로 끌어당겨
밀도분포, 태양계 기원과 관련
‘천지 붕괴 공포는 기우’ 증명

중국 춘추시대 기(杞)나라의 어떤 사람이 해와 달이 떨어지고 땅이 무너질까 봐 공포에 떨었다. 어떤 사람은 그럴 리 없다며 이 사람을 비웃었고 어떤 사람은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가는 천지가 붕괴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고대 중국의 고전 ‘열자’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영국에 유행하던 페스트 때문에 대학이 폐쇄되자 고향으로 돌아와 2년 동안 재택 연구를 하던 뉴턴도 유사한 질문을 던진다. 저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사과와 달리 달은 왜 떨어지지 않는 것일까? 뉴턴이 얻어낸 답은 놀랍게도 달 역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달은 지구에서 계속 멀어지려 하지만 지구로 끊임없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지구를 돌게 된다는 것이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떨어진다’는 단어를 공중에 위치한 물체의 높이가 점점 낮아지다가 바닥에 충돌하는 현상을 기술할 때 사용하지만 뉴턴은 일상적 개념을 초월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코페르니쿠스는 물론 케플러도 갈릴레이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인식의 전환이었다. 케플러는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은 천사가 지구를 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 상상했고 갈릴레이는 원운동 자체가 완벽하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 주장했던 것이다.

뉴턴에 의하면 달이 궤도 운동을 하거나 사과가 떨어지는 것 모두 끌어당기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지구만 달과 사과를 당기는 것이 아니라 달과 사과 역시 지구의 질량과 각각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는 같은 크기의 힘으로 지구를 당긴다는 것이 바로 만유인력의 법칙이다. 그런데 왜 지구가 사과로 떨어지지 않고 사과가 지구로 떨어지는 것일까? 그것은 지구의 질량이 사과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뉴턴의 운동 법칙에 따르면 같은 힘을 받아도 질량이 큰 물질의 운동 변화 비율이 상대적으로 작다. 뉴턴 역학의 강점은 힘, 질량, 운동을 계산할 수 있는 수학적 방법을 창안해 냈다는 데 있다. 여기서 질량은 각각의 물체가 갖고 있는 고유한 특성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는 질량을 갖고 있고 서로 끌어당긴다. 질량이야말로 물체의 존재 증명인 셈이다.

우리는 지구와 다른 천체의 질량만 비교해 봐도 상당히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다. 지구의 질량은 약 5.9742×10²⁴㎏인데 태양은 33만 배인 1.989×10³º㎏, 달은 80분의 1인 7.36×10²²㎏이다. 지구가 태양을 돌고 달이 지구를 도는 것은 바로 이 압도적인 질량 차 때문인 셈이다. 질량을 부피로 나눈 값인 밀도 역시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준다. 지구의 밀도는 5.5g/㎤로 달의 3.34g/㎤보다 큰데, 이것은 구성 물질이 서로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암시한다. 태양의 질량은 태양계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밀도는 1.41g/㎤로 현저히 낮다. 토성은 0.7g/㎤로 태양계에서 밀도가 가장 낮다. 이러한 밀도 분포는 태양계의 기원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지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암석들의 밀도가 지구 전체의 밀도보다 현저히 낮다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대륙을 구성하는 화강암의 밀도는 2.75g/㎤, 해양 지각을 구성하는 현무암의 밀도는 3.0g/㎤기 때문이다. 이것은 지구 내부에 무언가 질량이 큰 물질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달과 현무암의 밀도가 비슷하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현무암은 대체로 화산 분출을 통해 만들어지는 암석이다. 달은 혹시 지구의 거대한 화산 분출로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뉴턴 당대의 사람들은 수학적 법칙만이 아닌 만유인력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싶어 했다. 그러나 뉴턴은 “나는 가설을 만들지 않는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과학과 철학의 분기가 여기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기우(杞憂)’에 대한 ‘열자’의 논평은 어떠했을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하늘과 땅이 무너진다는 것도 그 반대도 다 오류다. 우리는 알 수가 없으니 둘 다 마찬가지다. 따라서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