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검거돼 수사의 키맨 역할
조주빈과 돈 문제로 멀어진 듯

警, ‘군인 공범’ 부대 압수수색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구속) 및 공범들은 함께 범행을 저지르던 당시와 달리 수사망이 좁혀오자 서로 자중지란하다 경찰에 덜미를 잡힌 것으로 파악됐다. 조주빈보다 먼저 검거된 공동운영자 ‘붓다’가 관련자들에 관한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 같은 진술에 따라 조주빈과 공범들의 공조가 붕괴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경찰 관계자는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면서) 박사방 운영진·공범들 사이에 서로에 대한 각종 음모론, 배신 등이 난무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박사방 운영진이 크게 동요했고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공동운영자 중 한 명이었던 붓다가 일당 검거의 ‘키맨’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붓다는 핵심운영자인 조주빈(3월 검거)과 또 다른 운영자 ‘태평양’(2월 검거)에 앞서 검거되면서, ‘박사방’의 일부 실체에 대해 실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붓다는 현재 나체합성사진(딥페이크)을 트위터에 올린 혐의, 성착취를 목적으로 일부 여성을 미행한 혐의 등 다수의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 때문에 지난해 연말쯤 경찰에 먼저 붙잡혔다.

조주빈은 붓다가 자신을 돕던 사회복무요원 강모(24·구속기소) 씨를 밀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주빈은 지난 2월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붓다가) 상황이 심각해지니까 통수(뒤통수)치고 니들(경찰)한테 협조하는 것처럼 예정된 날에 강00가 돈을 두고 오는 걸 덮쳐서 잡은 거”라고 썼다.

또 조주빈과 붓다는 한때 신뢰가 두터운 관계였으나 붓다가 조주빈의 범죄수익금 1500여만 원을 들고 잠적하면서 소원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주빈은 이 사건을 거론하는 듯 텔레그램 대화방에 “00(붓다의 실명) 수사 다 끝나고 니 인생 다시 잠잠해지면 그때 내가 친다”고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조주빈의 공범 A 씨가 군 복무 중인 경기도의 한 군부대에서 A 씨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A 씨는 ‘박사방’ 내에서 성착취물을 수백 회에 걸쳐 유포하고, ‘박사방’을 외부에 홍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 씨의 휴대전화 등 관련 증거를 압수한 뒤 분석을 통해 조주빈과의 공모 여부 및 추가범행이 있는지에 대해 계속 수사할 예정이다. 조주빈을 돕던 또 다른 사회복무요원 최모(26) 씨에 대한 구속영장심사도 오늘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최 씨는 서울 송파구 한 주민센터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며 200여 명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조회하고 이 중 17명의 정보를 조주빈에게 제공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를 받는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