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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언어학자가 한국어의 ‘닭’을 분석한다면 그 표기는 ‘닥’으로 바뀌어야 한다. 요즘에는 ‘달기, 달글, 달그로’라고 말하는 대신 ‘다기, 다글, 다그로’라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니 ‘닥’이 옳다. 하지만 ‘흙’과 ‘삵’도 마찬가지지만 한글맞춤법에서는 여전히 ‘닭’이니 그리 따라야 한다. 닭에 대응하는 영어는 ‘chicken’이고 중국어는 ‘지(ji·鷄)’지만 이마저도 현실 용법을 보면 바꿔야 할 것 같기도 하다.

닭은 예나 지금이나 닭이다. 과거에는 아래아가 쓰였으나 아래아가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되면서 오늘날의 모습이 됐다. 받침은 예부터 겹받침이어서 ‘ㄹ’과 ‘ㄱ’이 모두 있었다. 그런데 요즘 많은 사람이 ‘ㄹ’을 빼고 말하니 세월이 더 흐른 뒤에 ‘닥’으로 쓰도록 맞춤법이 개정될 수도 있다. 표기는 말소리보다 훨씬 더 보수적이어서 바뀔 가능성이 작지만 그래도 표기가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믿는다면 그렇다.

닭을 뜻하는 영어 단어는 ‘chicken’이지만 현실에서 우리가 쓰는 ‘치킨’은 다른 뜻이다. 닭을 토막 낸 뒤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튀겨낸 것이 치킨이다. 본래는 ‘프라이드치킨(fried chicken)’이었는데 튀김 기름이 몸에 나쁘다는 얘기가 돌자 슬그머니 ‘프라이드’는 빠지고 그냥 치킨이 됐다. 닭은 한자로 ‘鷄(계)’라고 쓰는데 표준 중국어 발음은 ‘지’다. 그러나 우리가 중국집에서 맛보는 닭요리 ‘깐풍기, 유린기’에서는 중국의 산둥(山東) 방언이 반영된 ‘기’다.

닭을 주재료로 솥에서 푹 삶은 것은 ‘백숙’이다. 우리의 일상어에서 통닭은 전기로 노릇하고도 바삭하게 구운 닭이다. ‘프라이드’를 떼어 버린 뒤 벌건 양념에 버무린 닭요리는 ‘양념치킨’으로 이름이 지어졌다. 닭의 발음도 그렇지만 음식 이름에서도 외국어가 다양하게 변신을 하고 있다. 우리의 국민 간식이 돼 버린 닭요리가 또 어떤 이름을 달고 나올지 궁금하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