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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향곡 ‘한국’ 작곡한 세계적 거장 펜데레츠키 별세

비폭력 메시지 담은 작품 다수
제자 류재준 “숨못쉴만큼 슬퍼”
국내에서도 애도 물결 이어져

“숨을 못 쉬겠어요.” 류재준(50)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은 스승인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사진)를 잃은 슬픔을 이렇게 표현했다. 세계적인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펜데레츠키는 지난 29일(현지시간) 고국인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87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펜데레츠키는 지난해 10월 ‘성 누가 수난곡’ 한국 초연을 지휘하기 위해 내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건강이 나빠져 오지 못했고, 이후 회복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한국과 인연이 깊은 그의 타계에 대해 국내에서도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클래식 음악 전문공간인 풍월당은 SNS 홈페이지를 통해 이렇게 기렸다. “한때 가장 전위적인 작곡가였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쓰기 위해 전통 기법 위에 현대 음악 요소를 결합했던 펜데레츠키. 특히 종교음악과 오페라 ‘실낙원’ 같은 작품들을 통해 반목하는 인류에게 보편타당한 가치를 설파하고 시대와 함께 숨 쉬었던 마에스트로. 당신이 정성으로 가꾸었던 나무들 곁에서 이제 영원히 편안하시기를 기도합니다.”

폴란드 유학을 통해 고인에게 직접 배웠던 류재준 감독에 따르면, 펜데레츠키는 생전에 음악과 나무를 가장 사랑했다. 자택 옆의 정원에 나무 20만 그루를 심고 돌봤다. 한국의 나무들도 좋아했으며, 특히 경기 양평 용문사의 은행나무를 귀하게 여겼다.

펜데레츠키는 1960년대에 기존 선율·화성·리듬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음향과 음색을 만들어내며 현대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주목 받았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을 겪은 폴란드의 역사적 비극을 자신의 음악에 새기며 평화 메시지를 세계에 전했다. ‘히로시마를 위한 애가’ ‘폴란드 레퀴엠’ 등이 그 결과물이다.

그의 작품은 ‘엑소시스트’,‘칠드런 오브 맨’ 등 영화에도 쓰였다. 기괴한 소음이 관객의 불안감을 증폭하는 ‘샤이닝’의 사운드트랙이 그의 곡이다.

1970년대 중반부터는 기존 음악 화성을 활용하는 유연함을 보였다. 현대음악의 지나친 전위성이 청중을 멀어지게 했다는 각성 때문이었다.

그는 1992년 교향곡 5번 ‘한국’을 발표했다. 당시 이어령 문화부장관의 위촉을 받고 우리 민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의 선율을 인용해 만들었다. 이후 제자인 류재준 작곡가가 이끄는 서울국제음악제 명예 예술감독을 지내는 등 한국과의 인연을 꾸준히 이어왔다.

류 감독은 스승을 추모하며 이렇게 다짐했다. “당신이 저에게 가르쳐 주신대로 살겠습니다. 음악을 도구로 사용하지 않고 인종과 성별, 국가, 이념과 상관없이 음악인들을 형제처럼 대하며 큰 나무처럼 살겠습니다. 당신의 음악과 정신은 오래 남을 것이고, 오늘 우리를 통해 후대로 전해질 것입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