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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 쫄면이 있다면 북쪽에는 농마국수가 있다. 남이든 북이든 국수의 종류는 다양한데 굳이 쫄면과 농마국수를 꼽는 것은 둘이 여러모로 닮았기 때문이다. ‘쫄깃한 면’을 줄여서 ‘쫄면’이란 예쁜 이름으로 포장했지만, 쫄면은 질긴 면이다. 메밀이나 밀가루로 굵게 뽑으려고 하다가 전분, 즉 녹말 반죽을 잘못 넣어 탄생한 것이다. 농마국수 또한 전분으로 만들어, 북쪽의 방언으로 웬만해서는 ‘끊어 안 지는’ 국수이니 재료나 질감이 많이 닮았다.

이 두 국수 모두 녹말 반죽을 쓰는데 이 ‘녹말’이 조금 수상하다. 사전을 찾아보면 이 단어의 한자로 ‘綠末’이 제시돼 있다. 각각 녹색과 끝을 뜻하는 한자로 구성돼 있어 한자만으로는 그 뜻을 가늠하기 어렵다. 가루약을 말약(末藥)이라고도 하니 녹색 가루라는 뜻으로 해석하려 해도 난감하다. 녹말은 눈처럼 흰색이니 말이다. 청포묵에 쓰이는 녹두 전분이라면 모를까 모든 전분을 녹말이라고 하는 것은 이상하다.

한자어라면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써야 할 듯한데 두 나라에서는 각각 ‘정분(淀粉)’과 ‘덴푼(でんぷん·澱粉)’을 쓴다. 결국 녹말(綠末)은 우리만 쓰는 셈이라 뭔가 의심스럽다. 농마국수는 감자 전분을 주재료로 쓰니 아마도 ‘녹말국수’가 어원인 듯하고 실제로 그렇게 풀이하는 이도 있다. ‘녹말’에서 ‘ㄹ’이 어디 갔는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녹’의 ‘ㄱ’ 받침은 ‘ㅁ’ 앞에서는 반드시 ‘ㅇ’이 되기 때문에 개연성이 있다.

그런데 본래 고유어 ‘농마’나 ‘농말’일 가능성도 있다. 이것을 억지로 한자를 써서 적다 보니 발음변화까지 고려해 ‘녹말’로 바꾸고 아무 한자나 가져다 붙인 것일 수도 있다.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긴 하나 완전히 증명하려면 북쪽의 방언을 샅샅이 뒤져봐야 한다. 남북 관계가 쫄면이나 농마국수처럼 질기면 좋으련만 메밀국수처럼 툭툭 끊어지는 탓에 언제나 밝힐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