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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교육감賞 김가은

김수진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재작년 3-5반 부반장이었던 가은이에요. 작년에는 이따금씩 찾아뵈었는데 올해엔 한 번도 찾아뵙질 못하였네요. 중학교 때 저는 쾌활한 성격이 아니고 그다지 강한 색감도 없어 선생님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기분이 안 좋아 보일 때, 축 늘어져 있을 때에는 선생님이 한 번씩 제 손에 사탕 같은 걸 쥐여주시면서 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보시곤 하셨잖아요. 그럴 때마다 저는 “아… 아무 일도 없었는데,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고는 도망치듯 교무실을 빠져나왔는데요. 사실은 한 번 쥐여주신 사탕을 먹으며 신호등을 건너 집으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나는 거 있죠? 그때가 아마 저랑 같이 학교 다녔던 애들이 저를 욕하고 다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이었을 거예요. 선생님은 그저 제 표정이 바뀐 것을 보고, 또 그때 그 애들의 표정을 보고 상황을 눈치채서 물어보신 게 아닌가 생각해요. 그날도 선생님이 물어보셨을 때 저는 늘 하던 대로 괜찮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선생님이 한 번 더 물어보셨어요. “정말 괜찮은 거 맞니?” 하고요. 말문이 막히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몰랐어요. 말하면 부모님께 연락하지는 않으실까 하는 걱정이 제일 컸던 것 같아요.

결국 끝까지 선생님께는 얘기하지 못했는데 지금 와서 얘기하게 되네요. 그러고 나서 선생님이 수업 중에 하신 말 기억하세요? “외부의 말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상처 주는 말들 마음에 담아두지도 말고, 버려야 할 말들은 빨리 버려야 한다.” 이렇게 말씀하셨잖아요. 저를 봐주시면서요. 그래서 그때 이후 저는 쉬는 시간에 혼자 앉아있었어도, 밥을 혼자 먹는 경우에도… 그냥 그 말을 생각하며 꾸역꾸역 버텨냈던 것 같아요.

그 말이 정말 저한테 큰 힘이 됐어요. 너무 그 말이 도움되었다고, 정말 감사하다고 제가 말했어야 했는데 남부끄럽다는 이유로 졸업식까지 그 말을 안고서 끝내 전해드리지 못했네요. 그리고 이번에 그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려 찾아뵈려고 해요. 그때도 선생님께서 절 잊지 않고 계셨으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선생님! 저 미술 전공을 선택해서 본격적으로 배우고 있어요. 선생님이 항상 그림 잘 그린다고 칭찬해 주셨는데 이쪽으로 제 길을 만들어보려고요. 학교배정일 나왔을 때, 미술중점학교로 배정이 확정됐을 때 선생님이 잘됐다고 응원해 주셨는데 잘 만들어가고 있는 거 맞겠죠? 이제 알 것 같아요. 제가 그렇게 힘들어했던 것은 ‘비’였고, 그 힘든 것들을 통해 뿌리가 나고 자라게 됐는데 선생님이 바로 그 ‘비료’였다는것을요.

이제는 공부에도 열심히 시간을 써보려고 해요. 중 3에서 고 2가 되기까지는 정말 얼마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생각나는 선생님이라고 한다면 저는 아직도 김수진 선생님을 선택할 것 같아요.

항상 건강하시고 다음에는 예쁜 편지지에 제 생각과 마음들을 담아서 전달하고 싶어요. 항상 좋은 선생님으로 남아주세요. 짧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만간 찾아뵐게요. 사랑해요♡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 관련문의:1588-1940 www.childfun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