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합류에 소름” “악역 편들어줘 감사” “오래 살아남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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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좀비 열풍’ 화제의 3인 화상 인터뷰

지난해 1월 첫선을 보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시즌1에 이어 최근 공개된 ‘킹덤’ 시즌2는 조선을 배경으로 삼은 신선한 좀비물로 환영받으며 전 세계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시즌 1∼2를 관통하며 ‘킹덤’을 이끈 세자 이창 역의 배우 주지훈과 시즌2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변화를 보인 중전 역의 김혜준, 그리고 빼어난 액션으로 좀비 킬러의 면모를 과시한 영신 역의 김성규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 세자 이창 役 주지훈

“글밖에 모르는 바보예요.”

배우 주지훈은 ‘킹덤’의 김은희 작가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이는 ‘킹덤’이 공개되기 전 가장 먼저 대본을 읽은 주인공인 그가 김 작가를 향해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찬사 아닐까?

‘킹덤’ 시리즈를 본 시청자들은 좀비들로부터 나라와 백성을 구해야 하는 세자 이창 역의 주지훈을 어떻게 바라볼까? “이렇게 섹시한 세자는 처음”이라는 댓글이 눈에 들어온다. 그는 왕위 찬탈을 노리는 무리와 좀비 떼 사이에 놓인 백척간두의 세자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냈다. 그는 “재미있다는 반응과 시즌3를 빨리 내놓으라는 요구가 많아 좋다”며 “시즌 1, 2에 모두 출연했기 때문인지 관객과 함께 세월을 보내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감염을 통해 좀비가 창궐하고 사회 시스템이 마비돼가는 드라마 속 상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통받는 현재 모습과 맞물려 공포감을 배가시킨다. 아울러 이를 수습해가는 이창의 리더십 역시 눈길을 끈다. 주지훈은 “2년 전 기획된 작품으로 현재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면서 “극 중 이창은 무조건적인 포용보다는 현실에 걸맞은 포용을 보여주기에 공감을 불러온 것 같다”고 전했다.

‘킹덤’ 시즌2 마지막에 좀비를 상대로 모종의 실험을 하는 의문의 인물이 등장한다. 배우 전지현이 이 역할을 맡으며 시즌3는 주지훈과 전지현이 ‘투톱’으로 끌고 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주지훈은 “(전지현을 보고) 소름이 쫙 끼쳤다. 좋은 배우가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해주니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면서도 “시즌3 제작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 하지만 다들 원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 중전 役 김혜준

“악역인데 편들어주셔서 감사해요.”

김혜준이 지난해 ‘킹덤’ 시즌1에서 중전을 연기했을 때 혹평이 쏟아졌다. 좀비와 싸우는 조선 세자 이창(주지훈)과 대척점에 있는 악역인 데다 아버지 조학주(류승룡)의 서슬 퍼런 기세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시즌2에서는 김혜준의 중전이 가장 두드러져 보인다. 한복을 입은 정적인 모습이지만 알듯 모를 듯한 눈빛과 미소, 지그시 억누른 목소리로 류승룡을 능가하는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시즌1에서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고 많이 속상하기도 해서 이번에 들어갈 때는 두렵기도 했어요. 하지만 선배님과 제작진이 다독여줘서 금방 털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혹평에 시달렸던 김혜준은 시즌2에선 우선 마음부터 다스렸다. 시즌1, 2에 조금씩 드러난 중전의 전사(前史)를 토대로 중전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았다. 그리고 표정과 대사를 가다듬었다. “시즌1의 중전은 자신을 숨겼다면, 시즌2의 중전은 욕망을 드러냈다고 생각했어요. 마음을 굳게 먹고 시선 처리, 목소리, 대사 톤 등을 단단하게 잡으려고 신경 썼습니다.”

김혜준의 노력은 제대로 통한 것 같다. ‘킹덤’의 좀비에게 ‘K-좀비’라는 장르가 생겼다면, 김혜준에겐 ‘K-장녀의 한’ ‘K-딸내미의 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제아무리 중전이라고 해도 조선 시대 가부장제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여성의 삶을 잘 녹여내 공감을 얻었다. “영화 ‘미성년’ ‘변신’ 등 작품을 할 때마다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중전의 서사가 많아지면서 여성으로 사는 삶과 한 같은 것에 공감해주는 글이 많아 힘이 됐어요.”

- 명포수 영신 役 김성규

“배우로서 성장했고, ‘뭔가를 알아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킹덤’에서 명포수 영신 역을 맡은 배우 김성규는 이 드라마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시즌1 때는 부담감이 컸지만 시즌2에 들어서며 작품 안에서의 고민이 생겼다”며 “영신의 근본적 뿌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며 액션은 날 것 같이 보이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뭔가 아픈 사연을 지닌 영신은 좀비가 되는 역병을 퍼트린 장본인이지만 몸을 사리지 않고 좀비 무리와 맞서 싸운다. 김성규는 영신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영신이 어떤 시간을 보냈기에 비관적이고, 껍데기만 남은 사람처럼 보이는지 궁금했어요. 겉보기엔 강하고 날카롭지만 그 안에 인간적인 마음이 남아 있을 거라고 이해하며 제 안에 있는 작은 부분을 확대해서 영신이 처한 상황을 공감하려 했어요. ”

그는 영화 ‘범죄도시’와 ‘악인전’에서는 실제 인물을 참조했지만 영신은 이미지를 상상하며 캐릭터를 표현했다고 소개했다. “영신은 알 수 없는 인물이라 이미지로 떠올렸어요. 녹슨 칼과 안개 등을 생각하며 설득력 있게 연기하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감독님들이 제 눈에 사연이 있는 듯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쉽게 읽히지 않는다고요.”

“묵묵히 사람들을 돕는 모습이 영신의 매력”이라고 말한 그는 시즌3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오래 살아남고 싶어요(웃음). 작품을 위해서라면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지만 작가님께서 영신을 쉽게 보내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어요. 시즌3에서는 온몸을 불태워야죠. 제 몫을 다 하려고 체력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어요.”

안진용·김인구·김구철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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