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등 ‘조선인 강제노역 명기’ 뭉개고…日, 산업유산정보센터 월말 열 듯

이미지 크게보기 군함도로 불리는 하시마(端島)탄광에는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은 국가의 질(質)을 변화시킨 반세기의 산업화를 증언하고 있다”는 안내판이 세워졌지만, 조선인 등에 대한 강제징용 내용은 없다.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주변국 피해 기술’ 약속 외면
‘韓노동자 日 지원’ 왜곡 남발

일본이 유네스코와 약속한 ‘군함도’ 등지의 조선인 강제노역에 대한 명기 조치 없이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이달 말 도쿄(東京)에 개관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은 이전의 두 차례 이행경과보고서에서 애초 약속한 강제노역 명기 등에 관한 구체적인 약속 이행이 없는 상태다.

16일 동북아역사재단에 따르면, 정보센터는 현재 도쿄 소재 일본 총무성 제2청사 별관 일부를 보수해 설치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전시 내용에 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일본은 세계유산위원회에 정보센터를 2019년 회기 내(2020년 3월)에 설립할 계획이라고 보고한 바 있어 예정대로라면 곧 정보센터가 개관된다.

동북아재단 남상구 한일역사문제연구소장은 “연구소의 현지 조사결과, 군함도로 불리는 하시마(端島) 탄광과 미이케(三池) 탄광 등 현재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모든 시설에는 똑같은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으며, 강제동원이나 피해자 관련 기술은 전혀 없이 저들의 산업화에 대해 자화자찬만 적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15년 7월 군함도를 포함한 일본 근대산업시설 23곳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때, 일본 측은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해석전략(interpretive strategy)”을 마련하라는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조선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동원돼(brought against their will)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로 노역했다(forced to work)”는 사실을 이해하고, “인포메이션 센터 설치 등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즉 일본이 정보센터를 만들어 강제동원·강제노역을 당한 조선인, 중국인, 연합군 포로 등의 피해를 인정하고 기리도록 명기하라는 권고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약속을 아직 지키지 않고 있다. 2017년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출한 ‘일본의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후속조치 이행경과보고서’에는 오히려 ‘한국인 노동자가 일본 산업을 지원(supported Japanese industries)’했다는 등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2019년 제출한 이행경과보고서에서도 일본 정부는 약속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지 않았다.

일본은 의무교육인 중학교 역사교과서에서는 조선인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있어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1975년 교육출판(敎育出版)의 교과서에서 “노동력의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조선인과 중국인을 끌고 와 탄광과 광산 등에서 강제로 노역시켰다”고 기술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채택률이 가장 높은 동경서적(東京書籍) 교과서에서도 1981년부터 이 같은 내용을 싣고 있다. 우익 교과서로 분류되는 육붕사(育鵬社) 교과서(2016)도 “일본의 광산과 공장 등에 징용돼 혹독한 노동을 강요당한 조선인과 중국인도 있었다”고 기술했다.

동북아재단은 이날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로 산업유산정보센터에 강제동원·강제노동의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올바르게 기록하고 그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조치를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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