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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영 정치부 차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선언되면서 한·중·일 3국 관계도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과의 지리적 인접성 때문에 1차 타격을 입은 한국·일본의 ‘민낯’도 드러나고 있다. 가장 먼저 중국의 후안무치(厚顔無恥)다. 중국은 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에 이어, 11일 왕쥔성(王俊生) 사회과학원 연구원의 논평을 통해 “중국 책임론 거론은 우호 관계를 해칠 수 있다”는 위협도 내놓았다.

일본이 지난 9일부터 실시 중인 한국에 대한 입국 제한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자인했듯이 “정치적 결정” 성격이 짙다. 일본은 한국·중국·이란에 조치를 취하면서도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어서며 세계 2위로 올라선 이탈리아는 쏙 뺐다. 문재인 정부 역시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친중(親中)·반일(反日) 기조를 재확인했다. 중국 지방정부의 한국인 입국 제한과 일부 ‘혐오’ 행위에는 관대했고, 일본의 입국제한 조치에는 곧바로 ‘맞대응’하면서 민감하게 반응했다.

민감한 양자 관계 속에도 한·중·일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3국 공동방역 필요성에는 확실한 공감대를 갖게 됐다. 2002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감염병 발생 빈도와 감염력이 빨라지고 넓어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사태가 진정되면 3국 간 감염병 차단 및 공동방역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시작돼야 하는 이유다. 한·중·일은 중국 우한(武漢)발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지난해 12월 3국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향후 10년 3국 협력 비전’ 성명에서 빠졌던 ‘감염병 차단 및 공동방역’도 다음에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몇 가지 전제조건은 확실히 하고 가야 한다. 첫째, 왕쥔성 연구원이 ‘공동운명체’를 언급하면서 3국 협력을 제안했지만, 이에 앞서 중국의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중국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 모든 협력의 기초가 되는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안보 차원의 갈등이 첨예한 동북아 3국이 낮은 신뢰 수준을 요하는 보건 분야에서마저 서로를 믿을 수 없다면 ‘각자도생’으로 갈 수밖에 없고, 올해 13년째를 맞는 3국 협력 틀 자체가 와해될 수 있다.

둘째, 3국 간 투명한 정보공개 및 교환은 필요조건이다. 정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공동방역은 재앙이 될 수 있다. 이번에 중국의 코로나19 통계 수치에 대한 불신, 일본의 사전협의 없는 한국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 등과 같은 상황의 되풀이를 막기 위해서는 3국 간 투명한 정보공유 체계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양자 관계가 원활하지 않으면 3국 협력은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역대 최악인 한·일 관계를 어느 정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래야만 한국이 지정학적 ‘중간자’ 역할을 위해 중·일에 동일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고, 대일·대중 레버리지도 골고루 갖출 수 있다. 일본에 일부 한국산이 포함된 마스크를 기부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로부터 12일 “한·일이 서로 도와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었다는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충고 따위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