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가 지난 2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 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인으로는 역대 7번째 PGA 챔피언이 됐습니다. 한국 선수들은 PGA투어에서 최경주가 2002년 5월 컴팩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이래 18년 동안 17승을 거뒀습니다. 최경주가 8승이며 양용은, 배상문, 김시우가 나란히 2승씩을 거뒀고 노승열, 강성훈, 임성재까지 ‘챔피언 반열’에 합류했습니다. 평균 매년 1승 정도를 추가한 셈입니다. 하지만 임성재의 최근 상승세에 비춰보면 얼마든 추가 우승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한국 선수의 20승 달성도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PGA투어는 아시아 출신에겐 높은 벽입니다. 한국보다 프로골프가 먼저 도입된 일본은 1929년부터 PGA투어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90년이 넘는 동안 일본 선수가 지금까지 PGA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11번입니다. 일본프로골프(JGTO) 94승을 거둔 ‘전설’ 점보 오자키조차 PGA투어에서는 ‘우물 안 개구리’였습니다. 오자키의 맞수였던 아오키 이사오가 1983년 하와이오픈(현 소니오픈)에서 가까스로 첫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후 최경주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마루야마 시게키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해마다 우승을 보태 3승을 올린 뒤 이후 시드를 잃고 일본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마다 류지와 고다이라 사토시가 1승씩, 그리고 최근 등장했던 마쓰야마 히데키가 지금까지 5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챔피언 수가 5명으로 한국보다 적습니다. 양용은은 아시아 선수 최초의 메이저대회 챔피언입니다. 임성재는 아시아 출신으론 처음으로 신인상을 받았습니다. 일본보다 출발이 늦고도 한국 선수들이 PGA에서 이룬 업적은 기적과도 같습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로 눈을 돌리면 한국 골프의 위력은 실로 엄청납니다. 한국 선수의 누적 승수는 189승입니다. 지난해 LPGA투어에서 15승을 합작해 187승으로 마감하더니 올해 호주에서 열린 빅오픈에서 박희영이, 이어 호주여자오픈에서 박인비가 거푸 우승했습니다. 앞으로 11승만 더하면 200승 고지에 오릅니다. 2017년과 지난해 15승을 합작했으니 올해 도달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 선수들의 ‘우승 시계’는 점차 빨라지고 있습니다. 1988년 스탠더드 레지스터에서 구옥희가 첫 승을 올린 이래 2012년 유소연이 한국인 통산 100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데까지 24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8년 만에 또 다른 기록을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한국 골프가 이처럼 힘을 발휘해 온 근원이 새삼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