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수원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시티존 본사 지하에 마련된 자사의 스크린 골프 시뮬레이터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수원 ㈜시티존 대표

“필드, 상황별 클럽 선택 중요
스크린, 공·클럽 감지로 결정”

30년 금융계 떠나 사업 투신
“경영 첫 과제 스크린 대중화
시뮬레이터 훨씬 더 싸져야
3분의 1 가격 모델 이달 출시”

금융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수원(58) ㈜시티존 대표가 지난해 법정관리에 빠진 스크린골프 업체를 인수,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1988년 서울증권에 입사한 이래 자산운용협회를 거친 금융전문가다. 30년 금융통이던 이 대표가 골프업계에 뛰어들어 스크린골프 사업을 펼친 데는 ‘친구’의 영향이 컸다. 부실에 빠진 캘러웨이 스크린골프는 업계 4위를 달렸지만, 운영주체가 자주 바뀌면서 경영부실에 빠져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때 고교 동창이던 공태규 ㈜에버스톤 회장이 이 대표에게 회사 인수를 적극적으로 권했다. 허쉬 아이스크림 등 식품 제조 가공회사를 운영하는 공 회장이 이 대표의 능력을 믿고 전체 투자의 절반 가까이를 보탰던 게 큰 힘이 됐다. 이 대표는 인수 후 회사명을 시티존으로 바꾸고 경영 혁신에 나섰다.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시티존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대뜸 고교 재학 시절 전교 ‘꼴찌’였다는 부끄러운 사실을 밝혔다. 이 대표는 “어머니가 부산 국제시장에서 도매업을 했기에 장사나 배우겠다며 대학 진학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하지만 고3 진학 후 공부 잘하는 친구가 자신에게 던진 ‘모욕’에 가까운 한마디가 인생을 바꿔놨다”고 설명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그는 공부에 전념했고 부산 동아대에 진학했으며 1988년 단과대 수석으로 졸업했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자신을 무시했던 친구는 서울대를 졸업한 뒤 이 대표와 증권사 입사 동기가 됐다.

이 대표가 지금도 70대 타수를 유지한 비결은 꾸준한 연습이다. “명절 때 제사를 지내고 연습장에 간다”는 지인의 얘기를 들은 이후 일부러라도 짬을 내 연습장을 찾는다. 연습 후에는 인근 퍼블릭 골프장에서 9홀 라운드를 도는 것도 잦았다. 이 대표는 장타자다. 드라이버 거리는 예전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230m를 보낸다. 4번 아이언으로도 180m를 보낸다는 이 대표의 골프백에는 드라이버와 21도 유틸리티를 제외하면 우드가 없고 모두 아이언으로 채워져 있다.

이 대표는 실전에서 연습스윙 한번 하지 않는 ‘속사포’형. 그린에서도 캐디에게 거리나 방향조차 묻지 않는다. 이 대표의 베스트 스코어는 2008년 경기 안산 제일골프장에서 작성했던 76타. 2006년 경기 포천 베어크리크 골프장 크리크 코스 백 티에서 77타를 쳐 첫 싱글 트로피를 받은 지 2년이 지나서였다. 이 대표는 스크린골프의 대중화를 경영의 첫 과제로 꼽았다. 컴퓨터가 보급이 많을수록 가격이 내려가듯, 앞으로도 스크린 시뮬레이터가 더 저렴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대표는 1년도 안 돼 업그레이드 모델 ‘드림 아이’를 개발, 이달 중 출시할 예정이다. 가장 큰 변화는 카메라 센서를 정밀화한 것. 초당 800장을 찍는 성능을 1600 프레임으로 바꿔 사실에 더 가깝다고 설명한다. 신제품이지만 가격은 올리지 않을 방침이다. 과도한 영업이윤을 챙겨가는 잘못된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선제대응에 나섰다. 보통 120평 규모에 스크린룸 6개와 타석 8개를 설치하는 복합매장을 꾸며도 설치비용을 3억 원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스크린룸 설치비용은 시공비를 포함해도 이윤을 최소화하면 2000만 원이 채 넘지 않는다는 얘기. 경쟁사가 대당 6000만 원이 넘는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이 대표는 “창업비용이 낮아지면 고객 이용금액도 더 낮출 수 있다”면서 “대리점주가 그만큼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인수할 때는 사정이 좋지 않았다. 200개가 넘던 매장이 경영부실로 132개까지 줄었고 매출액은 10억 원대로 떨어져 있었다. 이 대표는 올해 100억 원대 매출을 목표로 하고, 5년 후인 2025년까지 1000억 원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 순위 경쟁은 더는 의미가 없기에 앞으로는 기술력으로 내실을 다지는 게 우선 목표다.

이 대표의 홀인원에 얽힌 에피소드. 2009년 경기 용인 레이크힐스용인 골프장(현 한림용인CC) 루비 코스에서 선배들과의 라운드였다. 후반 들어 비가 쏟아지자 ‘강행’과 ‘중단’을 놓고 서로 눈치를 볼 때 막내였던 이 대표가 나섰다. “오랜만에 만난 분들이니 끝까지 쳤으면 좋겠다”고 그가 제안하자 일행도 동의했다. 30여 분을 퍼붓던 비가, 루비 코스 4번 홀(파3·155m)에 다다르자 거짓말처럼 그쳤다. “자리를 깔아도 되겠다”는 동반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 대표가 티샷을 했다. 7번 아이언으로 친 공이 홀 앞 30㎝에 떨어져 한 번 퉁기더니 홀 속으로 사라졌다. 비에 젖은 그린 덕을 봤던 것. 그는 “포기하지 않고 어떤 일이든 좋아서 즐기면서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따른다는 신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필드에선 자연환경에 따라 타수가 영향을 받는다면, 스크린골프는 센서에 의해 결정된다”면서 “필드의 경우 자연환경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기에 상황별로 클럽의 선택이 중요한 데 반해 스크린골프는 공식화(공과 클럽의 움직임)된 센서의 감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초기 스크린골프가 재미 위주의 제품이었다면, 현재 시판되는 골프 시뮬레이터는 필드와 유사한 사실적인 부분에 근접한 제품”이라면서 “골퍼들에게 스크린골프는 스윙 리듬, 공의 방향성, 비거리 등 골프의 기본 동작을 만드는 데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스크린골프에서 기록한 최저타는 68타다.

글·사진 =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