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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선 문화부 선임기자

‘신천지’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8년 전 사촌 동생에게서였다. 동생은 아내가 신천지에 빠져 가정이 위기에 처했다고 하소연했다. 애틋한 금실로 주변의 미소를 자아냈던 부부였으나 결국 헤어졌다.

신천지예수교장막성전교회라는 긴 이름을 내세운 이 신흥 종교 집단은 근년에 급성장했다. 그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핵심은 역시 종말론이다. 곧 닥치는 심판의 날에 신천지가 보증한 14만4000명이 제사장으로 뽑혀 구원받는다는 것이다. 신도들은 구원 복권을 받기 위해 직장과 학교를 그만두고 가출하거나 집을 팔아 재산을 바친다. 선민(選民)에 들고자 위장 전도조차 합리화하는 자기기만에 빠진다.

종말론은 세상이 어지러우면 득세한다. 구한말 때가 그랬다. 전래의 미륵 신앙과 민족주의 선민사상이 곁들여져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때 탄생한 일부 민족종교는 외세 침탈로 무너진 겨레의 자존감을 세우는 역할을 했다. 뒤에 한국 종교 주류가 된 기독교를 가장한 신흥 집단들이 종말론으로 세력을 키우며 교주 신격화에 골몰했다. 20세기 한국에서 흥망을 거듭한 이 세력의 한 자락에 신천지가 있다.

신천지 종말론은 이만희 총회장이 젊었을 때 기웃거렸던 각종 종교 집단에서 귀동냥한 것을 짜깁기한 것이다. 성경 요한계시록에 민족주의 선민의식을 섞었다. 이들에게 한국은 성지이다. 종말의 때에 예수 그리스도 영을 입게 되는 이 총회장이 태어난 땅이어서다. 신천지는 전 세계가 곧 자신들에게 복속하고, 신도들이 각 지역 지도자가 된다고 한다. 여느 종교처럼 내세 구원이 아닌 현세에 선민이 된다는 감언은, 미래가 불안한 젊은이들을 대거 끌어들이는 효과를 거뒀다.

신천지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세력이 위축되어도 고립화한 채 결속력을 더 강화할 것이다. 기성 종교 단체들이 자신들의 이단성을 부각하며 총공세를 벌이는 것도 핍박으로만 여길 것이다. 고난의 시기에 흔들리지 않아야 진짜 선택을 받아 영생을 얻는다고 맹신하는 탓이다.

그 공고함을 깨트릴 묘수는 없다. 우리 공동체가 곧 끝장나지 않고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신천지 신도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20, 30대에게 대한민국이 살 만한 곳임을 증명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의료진과 자원 봉사자들이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며 전한 헌신의 온기는 소중하다. 그 덕분에 사회 곳곳에 나눔의 기운이 퍼졌다. 구두수선공 김병록 씨가 평생 벌어 산 7억 원 상당의 땅을 기부한다는 뉴스는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매출이 격감한 전주 제빵회사가 먹을거리를 대구 의료진에게 보냈다는 소식도 마찬가지이다.

집합 예배를 중단한 대다수 교회의 용기도 울림이 컸다. 일부 교회가 불참한 것이 아쉽지만, 공예배 원칙을 유연하게 적용하자는 목소리가 목회자들로부터 나온 것은 긍정적이다. 가톨릭도 역병 때 성당에서 기도했던 전통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사상 처음으로 미사를 중단함으로써 공동체 건강 회복에 동참한 것은 두고두고 기억될 만하다.

이 와중에도 정치 광신도들은 신천지 문제를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교묘한 언행으로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작태도 우리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내고 있는 희망의 기운까지 꺼트리진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