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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대구에서 의료봉사 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국가 간 실력 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낼 것”이라며 “실력 없는 정권이 실력 없는 국가를 만든다”고 아마추어 정부의 코로나19 대응방식을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와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정부의 코로나19 대응방식은 극과 극이다. 9일 오후 4시 기준 확진자 수는 한국이 7478명(사망자 53명)으로, 대만(45명, 사망자 1명)의 166배다.

한국은 검사능력과 의료인·의료장비 수준, 시민의식 면에서 대만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세계 최정상급이다. 그런 국민이 집단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마스크 구입 줄서기에 매달려야 하는 신세로, 줄서기가 필요 없는 대만 국민을 부러워하는 처지가 됐다. 차이잉원 정부는 중국이 우한(武漢)을 봉쇄한 지난 1월 23일부터 순차적으로 중국발 외국인 입국을 제한하기 시작해 2월 7일부터 대만 입국 전 14일 이내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를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대만의 대중 교역액은 한국과 비슷하며 1인당 교역액은 한국의 2배 정도지만 개의치 않았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2월 4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입국자만 차단한 후 7차례에 걸친 의료계의 중국발 외국인 전면 입국 금지 요청을 묵살했다. 우한 봉쇄 전 한 달간 500만 명이 도시를 빠져나갔고,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한 우한발 승객은 약 6430명으로 추정됐다. 중국 언론은 “후베이성 봉쇄가 5일 빨랐다면 중국 내 감염 환자는 현재의 3분의 1 수준이었을 것”이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도 대만과 비슷한 시기 대중 전면봉쇄 정책을 폈다면 적어도 ‘코로나 숙주국 코리아’ 생지옥만큼은 모면했을 것이다.

정부의 초기 방역 정책 실패로 세계 절반 이상 국가가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고, 공항에서 격리되고, 교포들 집이 폐쇄되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갈라파고스 코리아’로 전락했다. 대만은 중국 눈치 보기 등 ‘정치’를 방역에서 추방했다. 반면 우리는 컨트롤타워 분산, 총선을 앞두고 중국 눈치 보기에 대북정책, 경제까지 챙기려는 3마리 토끼 잡기 과욕과 오판, 무능으로 대재앙을 키웠다. 한국과 대만 정부의 위기대응 능력은 마스크 수급정책에서 극명하게 갈렸다. 대만은 1월 21일 첫 확진자 발생 사흘 뒤인 24일 마스크 수출을 금지하고, 생산업체들에 24시간 공장 풀가동을 요구하고 생산 라인 증설 자금을 지원했다. 마스크의 중국 반출을 차단하고 ‘마스크 실명제’를 도입했다. 우리 정부는 사태 초기부터 “공급량은 충분하다”는 수급판단 착오로, 대통령이 2번이나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대중국 마스크 수출은 1∼2월 6억∼7억 개로 급증, 중국 반출을 사실상 방치했다.

대만을 벤치마킹한 마스크 5부제 준배급제 시행에 들어가는 데 대만보다 한 달 보름이 더 걸렸다. 국민 염장 지르고 화병만 잔뜩 키우더니 잘못을 사과하기는커녕 “다른 나라의 모범 사례·세계적 표준”이라는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은 경솔하다 못해 위험하기 짝이 없다. 대만과 비교하면 ‘모범’ 아니라 ‘낙제’다. 위기극복 DNA가 퇴화한 아마추어 정부는 방역실패 책임 전가 분야만큼은 올림픽 챔피언 감이다. 정부가 무능하면 국민만 생고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