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정치사업’ 조합원 설문

59% “기성 정치인 의존않고
노동자 교육·투쟁 강화해야”
독자 정치세력화 지지 최다

‘제1노총’으로 떠오른 민주노총의 조합원 3분의 1 정도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문 정부의 적폐청산과 사회개혁이 미흡하다고 지적해, 더 강력한 급진정책을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조합원 60%는 민주노총이 기성 정치인에게 의존하기보다 노동자를 중심으로 정치세력화에 나서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민주노총의 2020년 민주노총 정치사업 수립을 위한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문항에 응답자의 30.3%(1292명)는 “적폐청산, 사회개혁, 민생경제 되는 게 없으니 지지를 철회하겠다”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촛불로 탄생한 정권이니 지켜야 한다”(28.0%, 1196명),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게 비판해야 한다”(25.9%, 1104명) 등의 선택지도 많은 응답을 받았다. “잘 모르겠다”는 답변은 15.9%(677명)였다. 해당 설문조사는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올해 2월 10일까지 진행됐으며 총 4314명이 응답했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는 답변(30.2%, 1287명)이 가장 많았다. 민주당에 대해 △보수정당(26.9%, 1144명) △보수정당이지만 개혁의지가 있다(25.4%, 1081명)는 응답도 높은 수준인 반면 △진보정당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7.5%(746명)에 그쳤다. 진보정당인 민주당을 보수정당으로 여기는 응답이 50%를 넘은 것은 민주노총이 우리사회에서 흔히 진보라고 여기는 이념집단보다 훨씬 왼쪽에 위치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민주노총이 정치사업을 할 때 가장 강조해야 하는 부분’ 질문에는 59.0%(2519명)가 “엘리트 정치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노동자 정치교육과 정치투쟁을 강화해야 한다”를 꼽아 1위를 기록했다. “노동자가 정치를 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 정당과 협력해야 한다”(20.5%, 874명), “민주노총은 노조이니 정치사업은 필요 없다”(17.3%, 738명) 등의 답변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한국에서의 노동자 정치활동의 보장 정도’ 질문에는 “돈 정치, 엘리트 정치를 바꾸지 않는 한 노동자 정치는 불가능하다”(35.4%, 1509명)며 현재의 정치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본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진보정당들과 민주노총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의 경우 “빠른 시일 내에 민주노총당 창당”을 택한 응답자가 13.6%(577명)에 그쳤다. 대신 “지지 정당을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응답이 23.0%(978명), “진보정당들의 연대와 연합 노력” 응답이 22.9%(974명)를 기록했다. “조합원들이 알아서 지지 정당을 선택해야 한다”는 응답자도 21.9%(931명)로 다른 답변 비율과 비슷했다.

김수현 기자 salm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