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학회장은…

이인호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경제학부 교수가 지휘하게 된 한국경제학회는 6·25전쟁 중이던 1952년 말 부산에서 창립발기대회를 했다. 지금은 5000여 명의 회원을 둔 국내 최대 규모의 경제학계 대표 조직이다.

이 회장은 앞서 회원들에게 전한 인사말을 통해 학회장을 수행하게 된 각오와 계획을 진솔하게 밝혀 주목을 받았다.

“우리가 경제학자라고 자부하는 만큼 실제 경제문제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고 해답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는지 자신이 없다. 실제 경제문제의 해결에 도움을 주는 학문이 되도록 돕고 싶다. 경제에 대한 엄밀한 실증 분석을 하지 않고 정책 효과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아무리 정치(精緻·정교하고 촘촘함)한 이론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검증된 주장이 아니다.” 인터뷰에서 이를 되물었더니 그는 좀 더 구체화해서 설명했다.

“제가 이론에 치중해 학자로서 생활해 왔는데 이제는 현실 경제 쪽에 이바지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학회장으로서 이런 방향으로 학회 활동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학회 웹페이지에 사회경제 이슈를 다루는 토론장을 개설하고 경제학자들이 실제 산업 현장을 두루 접하고 통찰할 기회를 마련해 제공하고 싶습니다.”

그는 과거 경남 거제의 한 조선소를 방문한 후 중후장대(重厚長大) 업종인 조선산업의 위용과 발전된 기술력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앞으로 이런 현장 학습 기회를 더 많이 회원들에게 제공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한국경제학회가 회비만으로는 운영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한 후 연구 활성화를 위한 기업과 정부 차원의 지원 및 관심을 강조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과 적폐청산 분위기에 눌려 학회에 대한 기업 지원에까지 부정적인 기류가 퍼진 실정을 에둘러 내비친 것으로 풀이됐다.

이 회장은 “기업들이 일반적인 학회 활동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법과 사회적 수용성에 저촉되지 않게 배려가 필요하다”며 “한국경제학회라면 50개가 넘는 경제 관련 학회의 우산 격에 해당하는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데 정부에서 기본 예산 정도는 지원해주는 게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자신을 ‘시장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시장주의자’라고 소개했다. 시장의 효율성을 창출하는 원천은 경쟁이고 경쟁은 승자와 패자를 만들 수밖에 없으며 자원 배분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가격에 있다고 했다.

이에서 알 수 있듯 패자의 부활에 관심이 많았다. 패자를 위한 경제학을 주제로 한 집필 계획도 있다고 했다. 한마디로 패자를 다시 봐야 한다는 게 요지다. 즉 패자는 승자의 퍼포먼스, 업적을 빛나게 해주고, 경쟁을 가능케 하는 존재인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패자의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낭비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성도 제시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에 성공하는 이들의 평균 연령이 40∼50대예요. 10∼20년을 계속 실패를 거듭했죠. 패자는 가엾고 동정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응분의 보상을 당연히 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1957년 서울 출생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카이스트 대학원 오퍼레이션 리서치 석사, UCLA 대학원 경제학 석사, 예일대 대학원 회계학 석사, UCLA대학원 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원 △영국 사우샘프턴대 경제학과 부교수 △금융발전심의회 은행분과위원장 △국책금융기관 경영예산심의회 위원장 △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회 정책금융심의회 위원장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경제학부 교수

이민종·이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