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다시 사랑은 시작되고 얼어붙었던 대지에 새싹이 돋아나듯 내 가슴에도 잔잔한 사랑이 시작되고 있다. 2020년 작. 김영화 화백

처박아 뒀던 골프백을 꺼내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골프장으로 향했다. 함께 라운드하기로 한 지인 A의 비거리가 올겨울 동안 몰라보게 늘었다는 정보를 들은 터라 그의 드라이버 샷이 궁금했다. 실제로 그의 드라이버 샷은 예전보다 20∼30야드는 족히 더 나갔다. A는 골프 구력이 4년이 넘은 골퍼로 그동안 비거리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무엇이 그의 비거리를 만들어 냈을까 하고 몇 홀을 그의 스윙에 집중했다. 가장 큰 변화는 스윙의 궤도에 있었다. 그 이전엔 스윙의 궤도가 높은 편이었다면 지금은 마치 야구 스윙하듯이 많이 내려와 있었다. 그럼에도 그 이전보다 볼이 더 잘 맞고 거리가 났다. 어쩌면 A에겐 이 야구 궤적의 스윙이 가장 이상적일지 모른다.

그러고 보면 골프스윙엔 정답이 없다. 우린 흔히 교과서 스윙을 하는 프로골퍼로 어니 엘스와 필 미켈슨을 꼽는다. 균형 잡힌 스윙, 일관된 샷과 리듬은 누구나 따라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들의 스윙이 꼭 나와 잘 맞는 것은 아니다. 먼저 키와 몸무게 그리고 헤드 스피드와 골프 멘털이 다르다. 이뿐만 아니라 자기만의 스윙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1만 번 이상의 지속적 연습을 통해서 완성됐다.

그럼에도 우린 어떤 프로의 스윙을, 골프 방송에서 들은 레슨을 전파하려고 한다. 함께 라운드하는 지인의 미스 샷이 나왔을 때 꼭 ‘레슨질(?)’을 하려는 부류가 있다. 참 위험천만한 배려와 친절이다. 버나드 다윈의 말대로 골프 스윙은 지문처럼 단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골프에서 나만의 생각을 상대에게 요구하는 것만큼 무례한 것은 없다. 단지 자신의 스윙을 체크해 달라는 경우엔 충분히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

사실 아마추어 골퍼에게 가장 부족한 점이라면 ‘나만의 스윙 감각’ 찾기다. 최근엔 책과 영상, 레슨을 통해 다양한 스윙에 대한 학습은 차고 넘친다. 대신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지나치게 교과서적인 레슨에만 의존한다. 샘 시드니는 “골퍼들은 외부(레슨, 교재, 스윙)의 도움을 기대한 나머지 자신의 감각에 의존할 줄 모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옳은 말이다. 라운드하면서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바로 감각을 깨워야 한다는 점이다. 스윙할 때마다 어떤 스윙이 내게 맞는지를 찾아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창의적인 골프다. 대부분의 골퍼는 나의 가장 좋은 스윙법보다는 교과서적 이론에 집중한다. 올봄 자신만의 스윙법을 찾아내 20야드 이상 거리를 늘린 A를 보면서 교과서적 스윙은 참고할 뿐이지 무조건 따라서는 안 되는 것임을 알았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