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학 연기에 맞춰 초등학교 ‘긴급돌봄’을 제공키로 했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돌봄 시간이 너무 짧아 맞벌이 부부에게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개학 연기 기간인 오는 3월 2일부터 6일까지 실시하는 긴급돌봄 신청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A 초교의 경우 전교생 1600여 명 중 긴급돌봄을 신청한 학생은 0.5%인 8명뿐이었다. 앞서 신학기 방과 후 돌봄교실마저 중도 포기자가 나오면서 신청자가 203명에서 66명으로 줄었다. 인천의 B 초교도 전교생 1350명 중 긴급돌봄 신청자는 0.2%인 단 3명뿐이다. 신청자 저조에는 학교 내 감염 우려와 현실에 맞지 않는 운영 시간이 주원인인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학교는 직장에 다니는 부모가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없는 오후 1∼3시 등 이른 시간에 긴급돌봄을 종료하는 것으로 나타나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한 ‘맘 카페’ 회원은 “학교에 물어보니 ‘가정에서 돌봄하길 권하나 꼭 필요한 경우 학교 돌봄을 해주겠다’더니 운영시간이 9시부터 오후 1시까지라더라”며 “워킹맘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시간대다. 신청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카페에도 “12시 30분에 마친다는 게 말이 되나” “도시락, 물이 제공되지 않아 다 챙겨와야 한다고 하더라” 같은 하소연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날부터 오는 3월 8일까지 휴원하는 어린이집도 긴급돌봄을 운영하기로 했지만, 정부는 이용률이 10∼20%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맞벌이 직장인 이모(34) 씨는 “아내와 번갈아가면서 연차를 쓰면서 1∼2주일은 버틸 것 같은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휴원이 길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돌봄교실 관계자는 “교실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사실상 집단생활을 하는 것이어서 학교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에 부모들이 꺼린다”고 전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