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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당신의 관계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내 구두가 앞으로 당신의 건강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어요. 당신을 알고 싶으니까요. 친구라면 무슨 일에 대해서든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다투기도 하지요. 구두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손님이었지만, 구두를 건넨 뒤부터 당신과 나는 친구예요.”

일본 젊은이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프로페셔널로 꼽히는 수필가이자 일본 독립서점의 선구자인 마쓰우라 야타로(松浦彌太郞·55)는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여든여섯 살 수제화 장인 앨런 머레이와 이렇게 친구가 됐다. 처음 머레이에게 구두를 맞췄을 때, 그가 마쓰우라의 손을 잡고 했던 말이다. 한 달에 한 번 편지를 보내주기 시작한 지 10년째 머레이는 편지와 함께 주문하지도 않은 새 구두를 소포로 보내왔다.

“당신을 잊어버릴까 봐 올여름에는 당신에게 줄 구두를 만들었어요. 구두를 만들었더니 당신을 떠올릴 수 있었어요. 이제 나이가 들어서 구두 만드는 일은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선물이에요.” 마쓰우라는 새 구두를 신고 곧바로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갔다. 소중한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일상의 악센트’(서라미 옮김, 흐름출판)는 이처럼 단조로운 일상을 빛나게 만드는 삶의 시선을 간직한 저자 마쓰우라의 수필을 모았다. 학창시절 ‘월간 샘터’에서 만나던 법정, 이해인, 정채봉 등의 짧지만 주옥같이 맑았던 글들이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고등학교를 중퇴한 후 미국으로 가 생활고를 겪으며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 됐고, 일본으로 돌아와 직접 읽고 이해하고 감동한 책만 파는 동네 서점 ‘카우북스’를 열었다. 상업 논리에 좌우되지 않고 생활의 지혜와 착한 소비를 일깨워주는 잡지 ‘생활수첩’의 편집장을 지내며 본격적인 집필 활동을 시작했다. 국내에도 여러 권의 책이 번역, 소개됐다. 203쪽, 1만15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