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영역’집착 버리고 ‘차 밖은 공적 공간’ 곱씹으세요

▶▶ 독자 고민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40대 남성입니다. 저는 평소에는 점잖은 편이지만 운전대를 잡으면 거칠어집니다. 특히 누군가 끼어들면 화가 많이 납니다. 깜빡이를 켜고 들어와도 신경질이 납니다. 악착같이 비켜주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끝내 끼어들면 욕설이 나오고 어떻게든 앙갚음을 하고 싶습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차에 있을 때도 잘 조절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어떡해야 할까요?

▶▶ 솔루션

운전할 때 유난히 분노조절에 어려움을 보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정식 진단명은 아니지만 ‘로드 레이지(Road Rage·도로 위의 분노)’라는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이는 보복운전의 원인으로 자신뿐 아니라 여러 사람의 인생을 망칠 정도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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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우리는 왜 운전을 하면 이성을 잃어버릴까요? 그것은 운전할 때 ‘바운더리(boundary)’가 예민해지기 때문입니다. 바운더리란 ‘경계’라는 말로 일종의 자기 영역을 의미합니다. 사회화된 인간은 평소에는 야생동물처럼 자기 영역에 아주 예민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차에 올라타면 달라집니다. 이는 운전이 마치 말을 타고 사냥이나 전쟁에 나가는 것과 같은 야성 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운전자는 차를 둘러싼 주위 공간을 공적 공간이 아니라 사적 공간으로 느끼게 됩니다.

게다가 바운더리가 예민해질수록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모든 것을 자신과 관련지어 판단합니다. 즉, 내 앞으로 들어오는 차는 나에 대한 ‘공격’ ‘침입’ 혹은 ‘방해’로 여겨집니다. 마치, 내 집에 외부인이 무단 침입하는 것 같은 상황으로 뇌는 해석하는 것입니다. 그 순간 우리 몸은 순식간에 ‘투쟁 모드’로 전환돼 아드레날린이 솟구칩니다. 나의 영역을 사수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려고 듭니다.

그런데 생각해볼까요? 상대 운전자가 나를 공격하거나 나의 앞길을 가로막으려는 의도가 있을까요? 급해서든 서툴러서든 사실만 놓고 보면 그냥 자기 길을 가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바운더리가 예민해지면 상대가 그런 의도를 가진 것처럼 느껴지기에 더욱더 화가 납니다. 물론 이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다혈질적인 사람은 말할 것도 없지만, 평소 점잖더라도 간섭받기 싫어하고 자기 영역을 중시하는 사람일수록 심합니다. 그러므로 인지훈련이 필요합니다. 모든 것을 나와 관련지어 해석하는 사고의 ‘개인화(personalization)’에서 벗어날수록 분노는 작아집니다. 차가 앞으로 들어올 때마다 이렇게 이야기해보세요. ‘차 밖의 공간은 내 영역이 아니야’ ‘저 차는 (나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길을 가는 것뿐이야’라고 말이죠. 이왕이면 차 안의 눈에 보이는 곳에 적어두면 더 좋습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