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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겨울 덕 호황 누리다
‘코로나 19’ 전국 확산에 급변
지난주부터 예약 취소 몰려

골프장 “단체 취소 대부분”
주중까지 ‘공치는 날’ 우려

개인 방문 많고 3m 간격 있는
드라이빙 레인지엔 손님 북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골프장으로 가는 골퍼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국내 골프장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평년에 비해 따뜻한 기온, 눈이 내리지 않는 날씨 덕분에 호황을 누렸다. 수도권의 이번 겨울 낮 기온은 13∼16도로 예년보다 3도 이상 높았다. 땅이 얼지 않았을 뿐 아니라 눈도 쌓이지 않아 이번 겨울 라운드에 지장이 없었다. 이달 초까지 예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30% 내장객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동계 휴장 기간을 단축하거나 취소하고 정상적으로 문을 연 골프장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주 코로나19가 대구 지역을 뒤흔들고,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평일에도 사전예약이 꽉 찼던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골프장들에 지난주부터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수도권 A골프장 관계자는 “특히 단체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에 따라 단체팀 예약 취소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단체팀은 지난해 말 사전 예약이 완료됐지만 이달 초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면서 단체팀 취소가 간간이 있었고, 지난주부터는 오는 4월까지의 단체팀 예약이 대부분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100% 예약이 완료된 주말 예약마저 지난주부터 취소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번 주말에는 빈팀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수도권의 다른 골프장들도 단체팀 예약 취소가 줄을 잇고, 이젠 주중도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B 씨는 “보름 전쯤 수도권 인근 골프장에 가려고 했으나, 골프장 측으로부터 예약 일정이 모두 잡혔다는 대답을 들었다”면서 “그런데 지난 24일 다시 전화로 문의하니 빈 시간대가 있어 예약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26일 골프 예약 서비스 엑스골프(XGOLF)에 따르면 영남 지역 예약 취소율은 지난주 38%에서 65%로 높아졌고, 제주는 40%에서 100%로 급증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한 대구 인근 경북 경산의 C골프장 관계자는 “지난 주말까지 예약의 90% 정도를 채웠다. 그런데 이번 주 평일은 (예약의) 절반도 못 채우고 있고, (코로나19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제주 지역 골프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개점휴업상태나 다름없다. 제주 D골프장 관계자는 “이달 초부터 500팀 넘게 취소됐다”면서 “주중엔 하루 5팀, 주말에도 10여 팀을 간신히 채울 만큼 한산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내륙에서 오기로 한 관광객 대부분이 이미 예약을 취소했다”면서 “요즘 내장객은 거의 제주 지역 주민들 뿐”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골프장 풍속도가 달라졌다. 단체팀은 거의 사라졌다. 모임으로 인해 감염될 것이란 우려에서 단체행사를 자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가까운 지인끼리 동반하는 개인팀 라운드는 이어지고 있다. 실내, 밀폐된 공간이 아닌 야외에서 하는 운동이며 동반자끼리 건강상태를,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중 골프장을 다녀온 사례는 아직 없다.

하지만 개인팀도 실내 밀폐된 공간인 식당, 목욕탕 이용을 꺼리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평소 회원 이용률이 높던 부산 D골프장의 경우 지난 주말부터 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 이 골프장 관계자는 “라운드 전후 클럽하우스 내 식당 이용객은 거의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E골프장은 목욕탕 입구에 ‘열이 있는 사람들은 욕실출입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붙였다. 내장객 중 집에서 라운드 복장을 차려입고, 라커룸을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코스로 나갔다가 되돌아가는 사례도 늘어났다.

내장객이 크게 줄었지만, 당분간 문을 닫는 골프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F골프장 관계자는 “내장객이 갑자기 줄고는 있지만, 임시 휴장 계획은 아직 없다”면서 “적지만 골프장을 찾는 분들이 있고, 행여 임시 휴장이라도 하게 되면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엉뚱한 소문이나 오해를 살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골프연습장의 경우 야외의 대형 드라이빙 레인지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고객들이 꾸준히 찾아오는 편이다. 야외연습장의 경우 개인별, 홀로 오는 데다 타석 간격이 3m 정도로 ‘칸막이’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실내연습장이나 스크린골프장 등에 비해 더 안전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