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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첫 시범경기 2K 무실점
48년 세인트루이스 담당 기자
“충분히 통할 특별한 구종” 칭찬
감독 “타자들 쉽게 공략 못해”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주무기인 슬라이더가 집중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2007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릭 험멜(74·사진) 기자는 김광현의 슬라이더를 극찬했다.

슬라이더는 직구와 비슷한 궤적, 구속으로 오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던진 손의 반대 방향으로 휘거나 떨어지는 구종. 특히 타석 근처에서 변화하기에 배트타이밍을 맞추기 쉽지 않다. 그래서 우투수는 우타자, 좌투수는 좌타자에게 효과적이다. 슬라이더는 휘는 궤적에 따라 6∼7시 방향으로 떨어지는 종(縱·세로) 슬라이더와 8∼9시 방향으로 휘는 횡(橫·가로)으로 나뉜다.

김광현은 2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의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뉴욕 메츠와의 시범경기 데뷔전을 치렀다. 주무기인 슬라이더가 빛을 발휘했다. 5회 초 마운드를 밟은 김광현의 등판 성적은 1이닝 무실점. 볼넷 1개를 내줬지만 삼진 2개와 내야 땅볼 1개를 곁들여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김광현이 챙긴 삼진 2개는 모두 슬라이더가 결정구였다.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굉장히 훌륭한 슬라이더를 던졌다”고 칭찬했고, 포수 앤드루 키즈너는 “타자가 김광현의 슬라이더를 공략하지 못하기에 계속 던지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미국 취재진은 경기 후 김광현이 라커룸에서 나오자 우르르 몰려 와 ‘언제부터 슬라이더를 던졌나’ ‘한국에서도 주무기로 활용했나’ ‘슬라이더를 잘 던지는 비결은 무엇이냐’ 등 슬라이더에 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쏟아냈다.

48년 동안 세인트루이스를 담당한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의 험멜 기자는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특별하다. 힘이 있고 휘는 각도도 예리하다. 빅리그에서도 상위 레벨이다.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구종”이라고 말하면서 엄지를 들었다. 험멜 기자는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회장을 지냈으며, 세인트루이스는 물론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전국구 야구기자다.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SK 동료들은 ‘빅리그에서도 통할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김광현의 컨디션이 좋을 때 그의 슬라이더는 횡에서 종으로 떨어진다. 박경완(48) SK 수석코치는 “(김)광현이의 슬라이더가 횡에서 종으로 떨어질 때는 헛스윙이 나올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구종”이라고 귀띔했다.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직구와 같은 투구폼에서 나오기 때문에 공략하기가 까다롭다. SK 포수 이재원은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타자들이 공이 던지는 순간 직구로 착각하지만,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휘거나 떨어지는 각이 빠르고 짧아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또 ‘고속’이다. 김광현은 2017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는데 이후 슬라이더 구속이 상승했다. 2016년 평균 132.5㎞였던 슬라이더 구속이 2018년 136.2㎞로 3.7㎞나 상승했고, 지난해에는 2019년 평균 136.7㎞가 찍혀 수술 전보다 4.2㎞나 빨라졌다. 지난해 기준, 김광현의 슬라이더 최고 구속은 147㎞까지 찍혔다.

김광현은 오는 27일 구원이 아닌 선발 투수로 등판, 2이닝을 던질 예정이다. 세인트루이스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마이애미 말린스와 팀을 2개로 나눠 스플릿 경기를 치른다. 김광현이 어느 팀을 상대로 선발 등판할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홈에서 치르는 마이애미전에 등판이 유력하다.

플로리다=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김광현이 2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의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5회 초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