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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사랑하는 10대소녀
별거중 그를 돌보는 부부

영국의 작가 조조 모예스는 무거운 주제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담아내는데 탁월한 소설가다. 이번에 국내에 출간된 모예스의 장편소설 ‘호스 댄서’(살림)는 결혼과 출산으로 완성되는 이른바 ‘정상가족’이란 개념이 무너지는 요즘 세상에서 가족애란 무엇인지 질문한다.

런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의 축을 이루는 인물은 할아버지와 함께 살며 말을 돌보는 10대 소녀 ‘사라’, 유능한 여성 변호사 ‘너태샤’, 오랜 별거로 사실상 이혼한 관계와 다름없는 그녀의 남편 ‘맥’이다. ‘너태샤’가 우연히 가게에서 도둑으로 몰린 ‘사라’를 도우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사라’의 할아버지가 뇌졸중으로 갑작스럽게 쓰러졌음이 드러나고, 보호자가 없는 ‘사라’는 청소년 임시보호소에 자리가 없어서 법에 따라 경찰서에 머물러야 할 처지에 놓인다. 오랜 기간 먼 곳에 있다가 물건을 찾기 위해 ‘너태샤’와 함께 살던 집으로 돌아온 ‘맥’은 충동적으로 ‘사라’의 보호자 역할을 맡기로 결심한다. 이로써 셋의 갑작스러운 동거가 시작된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구성이다. 이 작품은 가족 서사에서 흔히 떠올리는 어른이 아이에게 교훈을 전하는 구성을 답습하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드러나는 ‘사라’의 삶의 무게는 다른 어른들의 삶의 무게보다 가볍지 않다. ‘사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말을 돌보기 위해 노력하며 마장마술이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너태샤’는 ‘사라’와 함께하며 ‘맥’과 어긋났던 관계를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사라’와 ‘너태샤’는 각자의 꿈과 욕망을 실현하고자 난관을 극복해나가며 같은 길에서 서로를 만난다.

‘너태샤’와 ‘맥’ 사이에 아이가 생긴 뒤에도, ‘사라’는 가족의 일원으로서 이들과 함께하며 꿈을 향해 나아간다. 이를 통해 모예스는 각자의 방황과 결핍을 견뎌낸 공동체의 끈끈함이 결코 혈연관계보다 모자라지 않음을 강조한다. 이 작품은 우리 사회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가족의 개념을 재정리해야 할 때가 다가온 게 아닌지 묻는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