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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COVID-19) 사태로 떠들썩한 가운데 정부가 20일 19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초고강도 규제로 꼽히는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두 달 만이다. 최근 가격 급등 지역 중 용인시를 제외한 수원·안양·의왕시 등 경기 서남부 5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고 주택담보대출 비율과 전매 제한 등 규제를 강화한 게 주요 내용이다.

부동산 가격의 안정화를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온 문재인 정부의 일관된 정책 의지가 담긴 조치다. 하지만 당국의 결연한 태도와 달리 시장의 반응은 다소 심드렁한 모습이다. 물론 지난 3년이 채 못 되는 기간에 18차례나 반복된 잦은 부동산 규제에 대한 피로감이랄까, 면역이 생긴 탓인지 모르지만, 확실히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떨어진 것 같다.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대한 정부의 집요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 집권 기간의 절반이 지나도록 성과를 거두지 못한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정부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투기 세력의 불법·탈세 등이 시장을 계속 교란하는 탓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 같은 불법 세력을 신속히 적발, 처벌해 시장 환경을 일거에 개선하는 데 노력하면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노무현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현 정부의 집권 이후 서울 강남지역 등 일부 수도권 지역의 집값은 정부의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상승에 상승을 반복하고 있다. 한편, 정부 정책의 신뢰도는 날이 갈수록 떨어져 이젠 어떤 정책을 내놔도 기대감이 크지 않게 된 것이다.

우리가 몸이 안 좋아 병원을 찾는 경우 의사는 대개 3일 정도 투약 처방 후 경과를 보고 치료를 선택하게 된다. 첫 번째 처방의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라면 원인이 다른 데 있는지를 살펴보고 또 다른 처방을 모색한다. 몸이 펄펄 끓는 환자에게 더 독한 해열제만 계속 처방하는 경우 열을 낮출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자칫 다른 병으로 환자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현명한 의사라면, 더욱 신중하게 증상의 원인을 살펴보고 다른 병원의 사례 등을 참조해서 다양한 치료법을 적용하는 한편,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해 최적의 치료법을 찾을 것이다.

19번째 추가 대책을 보면서 하게 되는 생각은, 작금의 부동산시장 문제는 정부의 규제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원인에 대한 이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시장의 가격 안정화는 단기적으로 금융 규제 등의 수요 억제로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기본적인 경제 원리에 따라 공급의 확대가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보완되지 못한 경우 시장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이 오르게 된다. 또한, 금융의 경우 투기꾼들만 활용하는 게 아니라, 내 집 마련 꿈을 가진 일반 실수요자에게 유용한 버팀목이 될 수 있어 이 규제의 강화는 건전한 소비 생활을 하는 국민에게 너무 많은 희생을 강요한다. 오히려 투기꾼들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정부의 이번 규제마저 ‘투자’의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다.

저금리·저성장 기조에 들어선 현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부동산 대책을 부동산시장에만 한정한 조치는 필패(必敗)하기 십상이다. 1000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부동자금의 흐름을 분산할 수 있는 처방전이 필요하다. 갈 곳 잃은 어마어마한 부동자금이 부동산시장에 머물러 있는 한 정부의 규제 처방은 백약이 무효다. 따라서 다양한 폴리시믹스(policy mix)로 한군데 쏠려 있는 부동자금의 물꼬를 시원하게 터줄 대안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