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확산 당일 불구 논의안해
방역당국, 경보 격상 안하기로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20일 위기 경보 단계의 ‘심각’ 격상 등 추가 대응조치를 내놓지 않으면서 안이한 대응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모두발언에서 신종 코로나와 관련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총리실이 배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예정된 정부의 규제혁파 문제를 집중 거론했지만, 신종 코로나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이 없었다. 정 총리는 회의에서 “규제혁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공직자의 자세를 바꾸는 것이며, 정부는 감사원과 함께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는 확실히 우대하되 ‘무사안일’은 엄단하겠다”면서 규제혁파만 강조했다. 이후 정 총리는 오전 10시 국회 교섭단체연설 참석을 위해 이동했다.

정 총리는 이날 긴급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도 소집하지 않았다. 전날인 19일 중수본 회의를 주재한 데다, 21일 회의가 예정돼 있기 때문으로 추정되지만 이날 하루에만 31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팬데믹(pandemic·대유행)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안이한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감염병 대응 단계도 이날 경계로 유지했다.

이에 따라 의료계를 중심으로 정부가 신종 코로나 사태 진전 상황을 오판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미 19일 “지역사회 감염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감염병 대응 단계를 ‘심각’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성동구는 중앙정부와는 별개로 자체적으로 대응 단계를 최고 등급인 ‘심각’으로 올린 상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교수는 “지금 정부가 상황을 엄중하고 심각하게 봐야 하며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그렇고 지금도 정부가 예방에 투자를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