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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슬기찬(31)·이은지(여·31) 커플

저(은지)와 예비신랑은 오는 3월 100% 저희가 모은 돈으로 결혼식을 올리며 부부가 됩니다.

스무 살 때 친구 소개로 예비신랑을 처음 만났어요. 다만 단둘이 만나기 어색할 것 같아 친구들 여럿이 함께 만났죠. 이후 저희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잠들 때까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친해졌어요.

연애를 시작한 것도 친구들의 조력 덕분이었어요. 누가 봐도 서로 좋아하고 있었지만, 그 마음을 고백하기가 어려웠어요. 하루는 한 친구가 저희에게 “왜 서로 좋아하면서 사귀지 않느냐?”고 했어요. 그러면서 단둘이 밖에 나가 한 바퀴 걷고 들어오라고 하더라고요. 당시 짓궂은 그 친구의 말이 얄밉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고마웠죠. 결국, 친구 ‘지령’에 따라 저희는 같이 걷다가 연애를 시작했어요.

벌써 10년 이야기가 됐네요. 스무 살에 처음 만난 저희는 군화곰신 기간을 거쳐 직장인이 됐어요. 여느 커플처럼 항상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었죠. 장거리 연애로 자주 만나기 어려웠고, 또 서로 집안의 경제적 사정도 안 좋아졌어요. 하지만 이제 모두 추억이 됐어요. 장거리 문제는 제가 예비신랑 집 근처로 이사 가면서 해결했어요. 또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 없다고 일찌감치 생각하고 착실하게 돈을 모았죠.

1억3000만 원, 그동안 저희 둘이 함께 모은 돈이에요. 물론 넉넉한 건 아니죠. 하지만 저희는 함께 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이 돈을 밑천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해요. 저희 힘만으로 ‘평생 함께 있고 싶다’는 목적을 이룬 거잖아요. 결혼해서도 이 목적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죠.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