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62일 앞둔 지난 1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아름다운 선거-행복한 대한민국’이란 총선 홍보용 포스터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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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55… 21대 총선 판세

범여권 선거연대·보수야당 추가통합·호남권 신당 등 유동적… 코로나 여파로 관심 떨어지고 선거운동도 제약
준연동형 비례, 與도 野도 의석수 예측 못해… 최대수혜 정의당조차 10∼20석 전망 갈려

20일로 55일 앞으로 다가온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가장 큰 특징으로 많은 선거 전문가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수·진보 가릴 것 없는 정당의 난립과 합종연횡으로 인한 ‘유동적인 선거구도’,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생소한 선거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사태 등 ‘강력한 선거 외적 이슈’ 등이 중첩돼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올해 총선 과정과 결과가 모두 ‘오리무중’인 이유를 짚어봤다.

◇총선 D-55에도 유동적인 선거구도 = 21대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만 원내 정당 8개를 포함해 39개고, 창당을 준비하는 정당은 안철수 전 의원의 국민의당을 포함해 29개에 달한다. 자유한국당·새로운보수당·미래를향한전진4.0 등이 미래통합당(통합당)으로 합치고 민주평화당·대안신당 등의 호남권 의원들이 민주통합의원모임을 결성하는 등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바른미래당은 시대전환, 우리미래당 등 청년·미래 세력과의 통합에 힘쓰고 있다. 통합당의 위성정당(자매정당)인 미래한국당처럼 오로지 비례대표 투표만 겨냥한 정당들이 더 만들어질 수도 있다.

통합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양한 차원의 선거 연대가 이뤄질 가능성도 ‘선거구도의 유동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통합당은 우리공화당과 자유통일당 등 보수 정당은 물론 국민의당과의 선거 연대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이번 총선을 문재인 정부 심판의 장으로 삼기 위해 ‘반문(반문재인) 연대’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중도 정치, 실용 정치를 표방하는 국민의당과 민주통합의원모임, 바른미래당 등이 연대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 정당은 더불어민주당과 통합당의 양 극단을 넘어서는 정치를 천명하고 있지만, 당세가 약해 독자적으로 총선에서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정의당 사이에 선거 연대가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양당 모두 당 차원의 정치공학적 선거 연대는 추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지역 후보들 차원의 단일화 가능성은 열려 있다. 특히 보수 진영의 통합으로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갈 경우 영남과 수도권 등에서 활발한 후보 연대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경기 고양갑이나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의 경남 창원성산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지난해 4·3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과 정의당은 창원성산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뤘고, 그 결과 여영국 정의당 의원이 국회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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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이슈 속출… 선거운동 제약받고 총선은 관심 밖 = 각 정당에서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배제)’가 이뤄지는 등 공천 작업이 본격화하고 예비후보들은 지역에서 표밭을 누비고 있지만 좀처럼 선거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선거의 계절’이 왔음에도, 총선은 국민의 관심 밖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는 이번 총선이 관심을 받지 못하는 대표적인 악재로 꼽힌다. 감염성 높은 신종 코로나 창궐은 선거운동에 큰 제약이 되고 있다. 악수하거나 명함을 건네는 것은 고사하고 마스크를 쓴 채 눈인사만 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알려야 하는 정치신인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해 이번 총선이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치러질 경우 여야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지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1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선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5%,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3%이었다. 정권심판론과 국정지지론이 오차범위 내에서 맞서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마치 블랙홀처럼 다른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경우 야권의 ‘정권 심판론’이 먹혀들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과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정권 심판론’이 오히려 증폭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예측 어려운 준연동형 비례제 파급력 = 21대 총선에서 연동률 50%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됨에 따라 정당 득표율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지역구 당선인을 적게 배출하는 정당은 많은 혜택을 받게 된다. 정의당이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만 20석 넘게 확보해 최초로 단독 원내 교섭단체 진입을 기대하고, 미래한국당이란 비례대표 투표 특화 정당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되는 만큼 그 파급력에 대해선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연동률이 적용되는 비례대표 의석수 상한선(cap·캡)을 30석으로 제한하고 나머지 17석은 현행대로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단순 배분하는 병립형으로 운영하기로 해, 실제 의석수를 예측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종래보다 10석 정도 줄어든 6∼7석을 비례대표 투표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합당의 의도대로 보수 유권자들이 지역구 투표는 통합당에 하고, 비례대표 투표는 미래한국당에 몰아줄 지도 불분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선거제도 개편의 가장 큰 수혜 정당인 정의당 내에서조차 비례대표 투표로 20석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반면 연동형 캡으로 인해 10석 정도에 머무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또 여러 군소 정당이 정당 득표율 3%라는 ‘봉쇄 조항’을 뚫고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