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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

최근 북한이 사이버 공간을 활용해 노골적으로 4·15 총선에 개입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총선과 대선 등 한국의 권력 재편기에 이른바 남조선혁명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선거 개입 공작을 자행해 왔다. 2000년대 이전에는 주로 비합법 공간인 지하 간첩망을 통해 선거 공작을 은밀히 진행했다. 김낙중 간첩사건을 통해서 밝혀졌듯이 이른바 진보 정당 구축 공작의 하나로 1992년 제14대 총선 때 민중당 후보 18명에게 거액의 선거자금을 지원했고, 이는 민혁당 사건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확인한 바 있다.

2000년대에 들어 북한은 한국이 ‘사이버 강국’이라는 현실에 주목해 정보 파급력이 무차별적이며 신속한 사이버 속성을 최대한 활용해 다방면에서 사이버 공작을 펴고 있다. 이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 역량이 세계 4위 수준이란 자신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지난해 8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발표한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서 해킹을 통한 금전 탈취 등 북한의 사이버 공격 역량이 공식 확인됐다.

북한 사이버 선거 공작의 주력은 첫째, 사이버 심리전이다. 북한은 우리민족끼리, 구국전선 등 50여 개 웹사이트와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연일 보수 정당과 인사들에 대해 악성 모략 선동과 가짜 뉴스를 무차별 전파하고 낙선 투쟁을 독려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론 조작의 대명사 ‘드루킹’의 원조 격인 북한 댓글공작팀도 가세하고 있다. 올 1월 1일 북한 통일전선부 소속의 대남혁명전위대인 ‘반제민전’이 김정은에게 올린 충성맹세문에서 4월 총선 투쟁에 매진할 것을 다짐한 것을 시작으로 사이버 선거 개입이 가속화하고 있다. 선거 막판에 특정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 공세를 펼쳐도 우리는 이를 해명할 시간이 없다. ‘○○○당 후보 당선되면 전쟁 터진다’는 식의 유언비어가 SNS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

둘째는, 태영호 전 주영 공사와 같이 특정 인사의 휴대전화나 e메일 계정을 해킹해 입수한 정보를 악용하여 선거 공작에 활용하는 것이다. 특정 타깃에 대한 흑색 모략 선동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총선 국면에서 사회 혼란을 조성하기 위해 국가기간망과 사회안전망을 대상으로 사이버 테러나 사이버 금전 탈취를 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북한의 한국 총선용 사이버 남침이 다방면에서 전개되고 있는데, 정작 공정선거를 관리해야 할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북한의 선거 개입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합의한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서 상대방에 대한 적대적 행위를 금지한 조항 등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의 눈치나 보며 항의나 경고도 못 하는 정부라면 헌법 체제를 수호할 의지가 없다고 보인다.

특히, 북한은 연일 보수패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선동하고 있으나, 집권 여당과 정의당에 대해서는 전혀 비판하지 않고 있어 총선 공작의 지향점을 가늠할 수 있다. 만약 북한에 우호적인 세력들이 국회를 대거 장악하게 되면 북한으로서는 적화혁명공작을 전개할 기반을 합법 영역에 구축하게 된다. 이렇게 북한 사이버 선거 공작의 폐해가 심각할 수 있는 데도 대한민국은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법적 근거인 ‘국가사이버안보기본법’(가칭)조차 제정하지 못하고 있다. 현 상태에서 북한의 사이버 선거 공작을 차단하는 가장 좋은 방안은 유권자인 국민이 냉철한 판단으로 가짜 뉴스나 여론 조작 공세에 말려들지 않고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함으로써 성숙한 민주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