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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만에 대선 결과 최종발표
2위 압둘라 “별도 정부 꾸릴것”
국토장악 영향력 커진 탈레반도
美 평화협정후 공세 강화 예고

아프가니스탄 대선의 최종 개표 결과 아슈라프 가니(71·사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됐지만 마냥 기뻐하기엔 힘든 상황이다. 국내외 온갖 이슈가 뒤얽힌 가시밭길이 눈앞에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서열 2위인 압둘라 압둘라 최고행정관을 위시한 야권과 무장 반군조직 탈레반이 모두 이번 대선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더욱이 가니 대통령이 탈레반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온 만큼, 현재 진행되는 미국과 탈레반 간 평화협상이 최종 타결돼 영토의 절반을 장악한 탈레반의 영향력이 커지면 가니 대통령으로서는 임기 5년 내내 무거운 정치적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가니 대통령은 압둘라 최고행정관이 지지세력을 규합해 별도의 정부를 꾸리겠다고 주장하고 있어 당장 이들을 포섭하는 과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18일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아프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9월 28일 치러진 대선의 개표 결과를 발표하면서 가니 대통령이 50.64%(92만3592표)로 과반을 득표해 당선됐다고 밝혔다.

대선 투표 이후 당해 말까지 잠정 결과와 최종 결과가 차례로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연이은 이의신청 조사와 재검표 등으로 5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최종 발표가 나왔다. 2001년 미국이 탈레반을 축출한 후 아프간에서 네 번째 열리는 대선이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기술적 문제와 부정투표 의혹으로 얼룩졌고 곳곳에서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실제로 아프간 선거이의관리위원회는 지난 5일부터 총 180만 투표용지 가운데 약 24만 표에 대해 재검사를 벌였으며 100만 표가량이 무효 처리된 상태다.

2014년 대선에서 가니 대통령과 맞붙었던 압둘라 행정관은 이번에도 39.52%(72만841표)를 득표해 2위에 그쳤다. 당시에도 압둘라 행정관은 선거 결과에 불복해 미국의 중재로 가니 대통령과 정부 요직을 나눠 가지는 데서 타협했다. 이번에 또다시 2위를 차지하자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번 결과는 선거 강탈의 결과이자 민주주의에 반하는 쿠데타이며, 국민의 의지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우리 팀이야말로 이번 대선의 승자”라고 주장하면서 “우리의 포괄적인 정부를 꾸릴 것”이라고 밝혔다.

탈레반 역시 이번 대선 개표 결과에 대해 성명을 내고 “사기”라고 부인한 뒤 현 아프간 정부를 향해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했다. 탈레반은 최근 몇 년간 세력을 회복해 현재 아프간 국토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상태다. 탈레반은 “아프간 무슬림에 대한 (미국의) 침략이 끝나면 내부의 문제들에 대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 미국과의 평화협상 이후 아프간 정부에 대한 공세 강화를 예고했다.

현재 탈레반과 미국은 이달 말 평화협상 체결을 목표로 논의 중이며 지난 15일 임시휴전에 합의, 폭력 감소 조치 등을 이행 중이다. 특히 협상 과정에서 탈레반의 반대로 아프간 정부는 완전히 배제된 상태다. 협상 체결 후 권력 분할 등을 놓고 양측의 치열한 기 싸움이 불가피한 이유다. 가니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당선 직후 연설을 통해 “아프간이 단합될 때”라고 강조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