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데이’로 끝난 아카데미 시상식에 취재차 다녀왔습니다.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에 입성한 ‘기생충’의 행보는 한국 기자의 첫 아카데미 취재 과정과 시간이 동일하게 흘렀죠. 아카데미를 향한 ‘나만의 싸움’을 소개하려 합니다.

지난해 11월 아카데미 사무국에 취재 신청서를 냈습니다. 답신에는 ‘매년 수많은 매체가 취재 신청을 하고, 3분의 2는 거절당한다’고 적혀 있었죠. ‘너의 취재 신청은 감사하다만’이라는 미국식 예의가 깔린 이메일에 적잖이 ‘울컥’했습니다.

‘한번 붙어 보자’는 마음으로 입성했기에, 취재증을 발급해주는 직원의 환대는 낯설었죠. 신분 확인을 위해 여권을 들여다본 후 “‘기생충’의 나라에서 왔구나”라고 반긴 이 직원은 “아카데미에 처음 온 것을 환영한다”며 취재증을 내줬습니다.

220여 매체가 한자리에 모인 인터뷰룸에서 외신 기자들은 호의적이었습니다. 정확히 중국, 미국, 프랑스 기자가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을 올해 최고의 영화”라고 말했죠. ‘기생충’이 작품상으로 호명된 순간의 풍경은 잊히지 않습니다. 타국 기자들의 장탄식이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대다수가 환호하며 기립 박수를 쳤죠. ‘기생충’의 수상을 점쳤던 중국 기자는 다시 달려와 “내 말이 맞지! 정말 축하한다”고 악수를 청했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쳤죠. ‘아카데미 시상식을 국가대항전으로 여긴 건 나뿐인가?’ ‘기생충’의 성공에 심리적 국경을 허물고 인사를 건네는 외신 기자들을 보며 이 같은 엄청난 영화를 빚어낸 봉준호 감독이 새삼 고마웠습니다.

봉 감독은 각본상을 받은 후 “국가를 대표해서 쓰는 건 아닌데, 이 상은 한국이 오스카에서 받은 최초의 상”이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우리는 한 가지 언어만 사용한다. 바로 영화!”라고 외친 것도 영화를 국가와 언어로 나누지 않으려는 그의 의지가 피력된 것이죠. 따지고 보면 칸국제영화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코리아’라는 단어가 언급되거나 태극기가 등장한 적은 없습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과는 다른 성질의 것이란 의미죠. 하지만 시상식장을 취재한 한국 기자단은 “가슴이 뜨거웠다”고 입을 모읍니다.

봉 감독은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을 인용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란 문장을 수상 소감에 넣었죠. 여기에 빗대자면, 굳이 태극기가 붙은 옷을 입지 않아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국가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분명 세계인은 한국을 “‘강남스타일’의 나라”와 “BTS의 나라”에 이어 “‘기생충’의 나라”로 되새기고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