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印서 자국영화시스템 비판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의 오스카 정복이 전 세계 영화계에 던진 파장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부동의 영화 산업 1위 국가인 미국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화를 만드는 인도의 언론도 “왜 우리는 ‘기생충’ 같은 영화를 만들지 못했나?”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미국 매체 CBR.COM은 16일 ‘‘기생충’은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영화인가?’라는 기사를 통해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로 오른 영화 중 계급 갈등을 그린 ‘기생충’과 ‘조커’ 중 ‘기생충’이 최고상의 영예를 거머쥔 이유를 설명했다. 이 매체는 “‘조커’는 더 일찍부터 갈채를 받았지만 사회적 논평보다는 인물 연구에 몰두해 현대 사회를 다루는 폭이 더 좁기 때문에 결론은 거의 기억에 남지 않는다”며 “반면 ‘기생충’은 억압받는 가족의 곤경, 호화로운 삶에 대한 동경, 숨겨진 공간의 발견 등 세 가지를 조합시켜 폭력의 절정을 탐험하고 있다”고 비교했다.

그러면서 CBR.COM은 영어로 된 영화에 집착하고, 흥행을 앞세우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제작 시스템을 비판했다. 이 매체는 “지난 10년 동안 나온 가장 독창적인 영화들 중 일부는 영어로 쓰이지 않았다”며 “많은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같은 조립 라인에 따라 성공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에만 돈을 투자하려는 경향이 있다. ‘로보캅’, ‘토탈리콜’과 같은 영화를 만든 네덜란드의 폴 버호벤 감독이 할리우드를 떠나 프랑스로 간 후 ‘엘르’와 같은 수작을 내놓은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인도 매체 더타임스오브인디아도 17일자 ‘‘기생충’은 발리우드(봄베이+할리우드)를 당황하게 만들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자국 영화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이 매체는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을 인용해 “인도 감독들이 외국 비평가들과 전세계 관객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그들이 인간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훌륭한 영화를 만들었다면 인도 영화도 국제적인 인정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