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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 선문대 교수·언론학

언론 자유와 관련해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용어가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국민은 자기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공적 행위들에 대해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 이는 프랑스 인권선언에서 시작돼 지금도 대다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인간의 기본권 중 하나다. 한마디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탱해 주는 근간이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는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단순히 다수에게 전파한다는 기술적 의미를 넘어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법으로 이를 보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수의 횡포로 훼손될 수 있는 민주정치 체제를 유지시켜 주는 일종의 자기 정화 장치다. 권력을 견제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개개 국민에게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는 권리가 되지만 국가에는 의무다. 민주주의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국가가 ‘표현의 자유’나 ‘알 권리’를 존중해야만 한다. 아무리 자유로운 표현이 허용되더라도 국가권력이 나 몰라라 한다면 그것은 공허한 자유일 뿐이다. 권력이 다양한 의견을 듣고 비판을 수용하는 것은 권력 독점을 견제하는 필요조건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 정권의 언론관은 매우 위험해 보인다. 공영방송은 친정부 성향의 ‘노영방송’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고, 민영 방송사들은 재승인 같은 제도적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 시도 때도 없이 ‘가짜뉴스 규제’ 타령을 하더니 정부 비판적인 유튜버들을 규제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장까지 교체했다. 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또, 개인 인권 보호를 위해 검찰 공소장도 공개하지 않고 직접 취재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 말기의 ‘기자실 대못질’을 다시 보는 듯하다.

어쩌면 향후 모든 언론은 정부가 제공한, 아니 정부가 원하는 것만 보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 같은 억압적 언론 통제들은, 자신들이 도덕적으로 우월하고 추진하는 정책들은 무조건 옳다는 독선에서 나오는 것이다. 현 정권은 소통과 참여로 상징되는 촛불혁명을 앞세워 집권했다. 하지만 집권 이후 도리어 불통과 독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기와 다른 생각들을 모두 적폐로 규정하고 모든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 견제와 균형, 토론과 합의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완전히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언론사가 아닌 개인 의견까지 봉쇄하려고 한다.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에 대한 여당 대표의 고발 사건은 현 정권의 언론관을 보여준다. 여론에 밀려 하루 만에 취하했지만, 여당 지지자들의 고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를 만류하는 청와대 연설비서관의 메시지도 진실성이 느껴지진 않는다. 비판적인 칼럼까지 통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정권에 대한 어떤 비판도 원천적으로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미 독선의 수준을 넘어선 것일 수도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는 ‘들을 권리’가 아니라 ‘들어야 할 의무’가 주어져 있다.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권리가 아니라 좋은 소리도 싫은 소리도 모두 들어야만 하는 의무다. 마찬가지로 국가는 ‘알 권리’가 아니라 ‘알릴 의무’가 있다. 듣고 싶은 것만 듣겠다는 권위적 태도도 문제지만,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리고 듣고 싶은 것만 말하게 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본을 부정(否定)하는 지극히 위험한 전체주의적 언론관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