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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옥균(39)·최봉진(여·31) 부부

저(봉진)는 월악산 주말 산행을 다니는 모임에서 남편 옥균 씨를 만났어요. 어느 날 SNS에 사진을 올렸는데 옥균 씨에게 연락이 오더라고요. 옥균 씨는 대뜸 제게 고민 상담을 하기 시작했어요. 요즘 일이 많아 힘들다는 그에게 “책을 읽어보라”고 권했죠. 그랬더니 “책 좀 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책을 계기로 저희는 따로 만나게 됐어요. 옥균 씨는 고맙다며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했어요. 밥을 먹고 헤어지려는데, 내일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갑자기 집에 들어가기 싫더라고요. 마침 옥균 씨가 제게 경북 청도로 드라이브를 가자고 했어요. 그날 밤, 함께 별구경을 하며 밤을 꼬박 새웠죠.

다음날, 퇴근 뒤 옥균 씨와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집에 들어가려는데 옥균 씨가 뽀뽀를 ‘쪽’ 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러더니 대뜸 “나랑 연애하자”고 하더라고요. 당황한 저는 “밀린 빨래를 해야 한다”고 핑계 대며 도망가려고 했죠. 그랬더니 옥균 씨는 “빨래를 대신해 주겠다”며 절 꼬시더라고요. 그 말에 넘어가 자취방에 옥균 씨를 들였죠. 같이 빨래 개고 청소하면서 연애가 시작됐어요.

등산 동호회에서 만난 커플답게 제주도 한라산으로 산행을 갔어요. 진달래 대피소에서 라면 사 먹을 생각으로 열심히 산을 올랐죠. 그런데 진달래 대피소가 파업을 해 라면을 안 팔더라고요. 물 한 병 가지고 간신히 하산했죠. 그날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와 고기를 구워 먹었어요. 한껏 지쳤는데도 먹고살겠다고 고기 굽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옥균 씨는 살림을 참 잘해요. ‘이 사람이라면 결혼하더라도 날 편안하게 해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2018년 12월 부부가 됐습니다. 저희 둘, 삶이라는 산을 두 손 꼭 잡고 올라보려 합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