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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거주 한국인 ‘피터 진’ 관심
각본상 수상 등 숨은 조력자

한국어 영화 ‘기생충’을 해외 관객과 평단, 언론에 전한 통·번역가들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자막 번역을 맡은 달시 파켓과 인터뷰, GV(관객과의 대화), 시상식 등에서 봉준호 감독의 분신처럼 통역을 한 최성재(영문명 샤론 최) 씨, 그리고 봉 감독이 쓴 시나리오를 영문으로 번역한 피터 진 등이 ‘기생충’ 아카데미상 수상의 숨은 조력자들이다.

달시 파켓과 최성재 씨는 국내외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졌지만, 피터 진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인 피터 진은 ‘설국열차’와 ‘옥자’의 연출 스태프로 참여하며 봉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기생충’ 투자배급사인 CJ ENM은 영화 촬영이 시작될 무렵 그에게 세일즈용 영문 시나리오(사진) 번역을 맡겼다. 그가 번역한 영문 시나리오는 미국 작가조합과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에 제출됐고, ‘기생충’이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과 작가조합상(WGA)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최윤희 CJ ENM 해외배급팀장은 “피터 진은 영어 실력이 뛰어나고, 봉준호 감독님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시나리오 번역을 맡겼다”며 “감독님도 피터 진이 번역한 영문 시나리오를 보고 만족해했다”고 밝혔다.

최 팀장은 이어 “아카데미상과 작가조합상은 모든 출품작이 시나리오를 제출해야 한다”며 “투표권자들이 영문 시나리오를 읽고 결정을 하진 않지만, 영문 시나리오가 작품의 형식과 완성도, 독창성 등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피터 진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시나리오 영문 번역에도 참여했다. 시나리오 번역 과정 등을 듣기 위해 그와 접촉했지만,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최 팀장은 “자신의 역할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